“1년이 고비다”…창업 후 살아남는 업종은 따로 있다

창업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살아남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다. 화려한 개업식 뒤에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통계는 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머릿속에 그리던 창업의 꿈을 실현하려는 이들에게 이 자료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생존 가이드다. 창업 후 1년, 그리고 3년까지 버티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이 명확하게 갈렸다. 특히 창업 수요가 많은 생활업종 20개를 중심으로 분석된 생존율은 창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업종 100개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창업자의 사업 지속률, 즉 생존율에 초점을 맞췄다. 1년, 3년, 5년 단위로 나뉜 생존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창업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2023년 기준 100대 생활업종의 5년 생존율은 39.6%에 불과했다. 결국 절반 이상이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업장을 정리했다는 의미다.

1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창업자가 몰리는 20개 생활업종 중에서 미용실이 9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펜션·게스트하우스가 90.8%, 편의점이 90.3%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초기 고정 고객 확보가 가능한 업종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반면 통신판매업은 69.8%, 화장품가게는 74.2%, 식료품가게는 77.3%로 낮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통신판매업 창업자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 안에 폐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 생존율을 보면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용실(73.4%), 펜션·게스트하우스(73.1%), 교습학원(70.1%)은 3년을 버틴 비율이 70%를 넘는다. 반면 통신판매업(45.7%), 분식점(46.6%), 패스트푸드점(46.8%)은 절반도 넘기지 못한다. 외식업 특유의 경쟁 과열과 단기 매출 편차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 보면 어떤 업종이 어떤 세대에 적합한지도 나타난다. 40세 미만 창업자 중 생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미용실로 73.9%였다. 40세 이상 60세 미만, 그리고 60세 이상 창업자에게는 펜션·게스트하우스가 각각 73.8%, 76.3%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생존율이 낮은 업종으로는 40세 미만에서 분식점(41.9%)이,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호프주점이 공통으로 꼽혔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어느 업종이 유망하다’는 단편적 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연령과 업종, 창업 동기와 투자 여력, 지역 상권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펜션·게스트하우스는 상대적으로 고령 창업자에게 생존율이 높았지만, 이는 부동산 보유 여부, 초기 투자금의 규모, 지방 관광지와의 거리 등 외적 조건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경우다.
국세청은 이 통계를 국세통계포털(TASIS)에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국세통계연보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생존율 통계가 창업자 개인의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분석과 공개가 필요하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실생활과 연결된 체감도 높은 통계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은 단순히 ‘시작’이 아니라 ‘지속’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득의 수단,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창업. 그 길 위에 오르기 전, 생존율이라는 현실의 숫자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