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장수 무덤 1,500년 만에 세상에...남성 장수 인골과 금동관, 갑옷 · 투구 일체 첫 공개

신라의 장수가 잠들었던 무덤이 1,5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 황남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남성 장수의 인골과 금동관, 사람과 말의 갑옷·투구 일체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2025 APEC 정상회의’에 맞춰 발굴 현장과 유물을 일반에 선보인다. 이번 공개는 신라 무덤 구조의 변천과 고대 군사문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경주 황남동 120호분 아래에서 확인된 이 무덤은 ‘황남동 1호 목곽묘’로,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발전하던 과정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다. 목곽묘 내부에서는 금동관 일부와 함께 완전한 형태의 갑옷과 투구, 그리고 무덤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장수의 인골이 출토됐다. 또 다른 부곽에서는 시종으로 보이는 인골이 순장된 채 발견돼, 당시 신라 지배층의 권력 구조와 사회적 위계가 생생히 드러났다.

무덤 주인은 큰 칼을 찬 남성으로, 출토된 치아 분석 결과 30세 전후로 추정된다. 함께 발견된 마갑(馬甲)은 신라 쪽샘지구 C10호분 이후 두 번째 사례로, 5세기 전후 신라의 중장기병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증거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물이 신라 지배층의 금속공예 기술과 군사력을 밝히는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남동 1호 목곽묘’의 발굴 현장은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일반에 개방되며, 출토 유물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에서 전시된다. APEC을 찾는 세계 각국의 귀빈들도 한국 고대사의 위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경주는 APEC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신라의 황금빛으로 물든다. 첨성대에서는 신라 천문학과 황금문화를 결합한 미디어 퍼사드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가 선보인다. 천문학자가 별을 관측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첨성대 외벽 위에 은하수와 유성우가 흘러내리는 듯한 7분간의 장관이 펼쳐진다. 고려시대 천문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별자리와 사신도(청룡·백호·주작·현무)도 등장해 신화와 과학이 어우러진 신라의 하늘을 재현한다.

또한 통일신라 정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경주 구황동 원지 유적’은 야간 조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연못과 인공섬, 호안석축이 어우러진 유적지는 매일 밤 6시부터 11시까지 ‘빛의 정원’으로 변신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APEC 기간 동안 경주의 역사유산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며, 신라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과학의 깊이를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허민 청장은 “이번 발굴과 전시는 단순한 유물 공개를 넘어 신라 문명의 정수를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