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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20명의 기록, 그 속에 담긴 희귀질환자의 현실

이치저널 2025. 10. 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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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은 단어만 들어도 낯설고 멀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하루와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통계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질병관리청이 10월 31일 발표한 「2023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는 바로 그 ‘숫자 너머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록이다.

이번 연보는 희귀질환의 발생, 사망, 진료 이용 현황을 종합적으로 담은 국가 승인 통계로, 희귀질환 관련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질병관리청은 2020년부터 매년 연보를 발간하며 희귀질환의 발생 동향을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왔다. 올해는 특히 질환별 성별, 연령군, 지역별 발생 정보를 기존보다 폭넓게 공개해 통계의 활용성을 대폭 높였다. 기존에는 200명 이상 발생한 질환만 세부 현황을 공개했지만, 올해부터는 발생 환자가 존재하는 모든 질환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1~3명 수준의 극소수 발생 질환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공개 처리된다.

 

 

2023년 한 해 동안 새로 등록된 희귀질환자는 총 62,420명으로, 전년보다 7,468명이 늘었다. 그중 남성은 31,614명(50.6%), 여성은 30,806명(49.4%)으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증가의 주요 요인은 ‘다낭성 신장, 보통염색체우성(4,830명 발생)’과 ‘특발성 비특이성 간질성 폐렴(313명 발생)’ 등 42개 질환이 새롭게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영향이다.
이 중 극희귀질환자는 2,510명(4.0%), 기타 염색체 이상 질환자는 113명(0.2%), 그 외 일반 희귀질환자는 59,797명(95.8%)이었다. 이 숫자들은 각기 다른 질환명 아래 존재하지만, 결국 ‘진단의 벽’과 ‘치료의 공백’을 마주하고 있는 환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같은 해 발생자 중 사망자는 2,093명으로, 전체의 약 3.4%였다. 남성 사망자가 1,280명(61.2%)으로 여성보다 높았고, 80세 이상 연령대의 사망률이 1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희귀질환이 여전히 조기진단과 치료 접근성의 한계 속에 있음을 시사한다.

 

진료비 통계 또한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을 여실히 드러낸다. 희귀질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약 652만 원, 이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68만 원 수준이었다. 특히 고쉐병은 1인당 총 진료비가 약 3억 1천만 원, 본인부담금이 3천1백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모르키오 증후군과 Ⅱ형 점액다당류증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단 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높은 비용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는 것은 희귀질환 맞춤형 정책 추진의 첫걸음”이라며, “이 자료를 기반으로 희귀질환자와 가족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국가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는 단순히 데이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진단을 기다리는 시간,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고통, 그리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23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는 그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앞으로 더 나은 의료지원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이 자료는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누리집(https://helpline.kdca.go.kr)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연구자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게도 ‘정보의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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