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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덕수궁에서 국내 첫 공개

이치저널 2025. 10. 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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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초입, 덕수궁의 고요한 전각 안에서 300년의 시간이 숨을 쉰다. 18세기 이탈리아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Vesuvio)’가 한국 땅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결 사이로 흐르는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시간과 장인정신, 그리고 인간이 빚어낸 예술의 정수다.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는 특별전 「고궁멜로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며,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상징적 자리다. 조선과 이탈리아가 1884년 조이수호통상조약으로 손을 맞잡은 지 140년, 외교의 역사는 이제 음악이라는 언어로 다시 이어진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전시의 주인공 ‘베수비오’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27년경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세계적 명기(名器)로 손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중에서도 ‘베수비오’는 그 맑고 깊은 울림으로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 악기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크레모나의 공방에서 깎여 나간 나무 한 조각에 깃든 것은 인간의 혼, 그리고 예술의 영원함이다.

 

 

전시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지만, 하나의 흐름은 결국 ‘교류와 공존’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고종이 이탈리아 국왕에게 보낸 친서와 외교관의 저서에서 시작된 인연은 대한제국의 군악대와 서양음악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서양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한국의 가야금, 거문고가 한 공간에 놓이며 ‘시간을 건너는 대화’를 이룬다.

 

덕수궁 돈덕전의 고요한 공간 속,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거문고 옆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우아한 곡선이 빛난다. 서로 다른 재료와 기술, 다른 음률 체계 속에서도 두 악기는 결국 같은 본질을 향한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 현이 떨릴 때마다 두 나라의 장인정신이 공명하고, 그 울림은 궁의 오래된 벽을 타고 하늘로 퍼진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덕수궁이라는 한국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에서 양국 간 교류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크레모나 시장 안드레아 비르질리오는 “베수비오는 수 세기 장인정신의 결정체로, 이번 전시가 예술과 우정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한국의 대표 유산인 덕수궁에서 양국의 문화적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관람객들이 서로 다른 음악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덕수궁의 가을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깊고 낯설게 울린다. ‘베수비오’의 현이 떨릴 때, 그 소리는 단지 바이올린의 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문화의 대화다. 전시는 단 한 대의 악기로 시작해, 결국 한 세기의 우정과 인간의 예술혼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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