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부채납 이제 그만… 국토부, 인허가 부담 완화 착수

국토교통부가 주택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자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를 제한하기로 했다. 도로와 공원, 기반시설 기부를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포기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가 직접 ‘기부채납 상한선’을 손보는 것이다.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조치이자,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걸림돌 제거에 나선 셈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명확하다. 용도지역 변경 시 최대 25%까지만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 있도록 상한을 신설하고, 공업화주택(모듈러·PC 등)을 적용한 사업에는 기부채납 부담률을 최대 15%까지 경감하도록 기준을 바꾼다. 국토교통부는 11월 4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그간 지자체가 사업승인권을 근거로 추가적인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관행은 주택공급의 큰 걸림돌이었다. 현행 기준부담률은 부지면적의 8% 이내로 설정되어 있지만,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최대 12%까지 강화할 수 있고,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을 경우 최대 6.8%로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용도지역 간 변경’의 경우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승인권자가 사실상 임의로 기부채납을 부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불합리한 과잉 기부채납 구조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예를 들어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는 경우, 기존에는 부담률을 제한 없이 올릴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기준부담률 8%에 17%p만 추가해 최대 25%까지만 허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기부채납 요구로 공급 일정이 지연되고, 민간 사업자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개정으로 공업화주택 인정 시 경감 규정이 새로 도입된다. 모듈러,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등 공업화 공법은 현장 공정을 단축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신기술 적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업화주택으로 인정받으면 친환경건축물 인증과 동일하게 기부채납 기준부담률을 최대 15%까지 경감하도록 했다. 두 인증을 모두 받을 경우 중복 적용으로 최대 25%까지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사업자의 이익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지자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한 민간 주택사업 지연 건수가 급증했다. 일부 사업장은 기반시설 부담금이 토지비의 20%를 넘어서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어 착공이 중단되기도 했다.
국토부 김영아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이번 개정으로 과도한 부담을 덜어내면 사업 추진이 활발해지고 공급 지연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며 “행정예고 과정에서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다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과장은 “지난 9월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육환경평가, 재해영향평가, 소방성능평가 등이 통합심의 대상에 포함돼 인허가 기간이 6개월 이상 단축될 전망”이라며, “기부채납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는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공급 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행정예고 후 관계기관 협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연내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 전문은 11월 4일부터 국토교통부 누리집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란에서 확인 가능하며, 국민 누구나 우편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허가 속도전’으로 바뀐 주택공급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부채납 완화와 공업화 기술 확대는 공급 측면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공급은 행정의 속도와 유연성이 좌우한다. 정부의 이번 칼질은, 공급의 발목을 잡던 오랜 구조를 조금이나마 느슨하게 푸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