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언스가 뭐였지?” 국민 3천 명이 뽑은 쉬운 우리말

“얼라이언스가 뭐였지?”
누군가의 회의 메모 속 낯선 단어. 이제는 그 자리에 ‘협력체’라는 말이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외래어로 뒤섞인 공공언어를 정리하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확산하기 위한 대대적인 순화 작업에 나섰다.
2025년 10월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자주 쓰이지만 의미가 모호하거나 생경한 외래 용어 12개를 선정해 새 우리말로 다듬었다. ‘얼라이언스’, ‘액셀러레이팅’, ‘핸즈 온’, ‘인큐베이팅’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말로의 ‘생활 언어화’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우리말은 언론계, 학계, 대학생 등이 참여한 ‘새말모임’에서 후보안을 마련하고, 전국 15세 이상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수용도 조사’를 거쳐 확정됐다. 조사 결과 ‘얼라이언스’와 ‘액셀러레이팅’이 각각 75.5%로 가장 높은 교체 필요성을 보였다. 국민 다수가 “어려운 외래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쓰자”고 응답한 것이다.
‘얼라이언스’는 기업·기관 간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의미하지만, 영어 발음 그대로 쓰이면서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립국어원은 이 단어를 ‘협력체’로 바꾸어 명확한 관계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액셀러레이팅’은 ‘창업 성장 지원’,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성장 지원 기관’으로 순화되었다. 단순히 단어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으로 조정된 셈이다.
창업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핸즈 온’과 ‘인큐베이팅’ 역시 바뀐다. ‘핸즈 온’은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방식을 뜻하는 말로, ‘직접 체험(형)’으로 다듬었다. ‘인큐베이팅’과 ‘인큐베이터’는 각각 ‘창업 초기 지원’과 ‘창업 초기 지원 기관’, 또는 ‘창업 기반 지원’과 ‘창업 기반 지원 기관’으로 다양하게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용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엔 불필요한 장벽이 있었다. 창업 정책이나 공공사업 안내문, 교육 홍보물에서 외국어 투성인 문장을 마주한 국민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설명을 찾아야 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이번 순화를 통해 ‘언어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한 단어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공공기관 문서와 정책 홍보문에 쓰이는 언어는 국민이 정책을 이해하는 첫 관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언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말이 어렵다면 국민은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도 공공기관과 협력해 낯선 외래어를 지속적으로 발굴·순화할 계획이다. 각 부처에서 자주 사용하는 행정용어나 신산업 용어, 청년층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혼용어 등을 중심으로 ‘우리말 순화 추진단’을 운영할 방침이다.
언어는 문화의 얼굴이다. 외래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우리말의 자리를 되찾는 일은 단순한 언어 정리가 아니라 사고의 토대를 새로 세우는 일이다. ‘협력체’, ‘창업 성장 지원’, ‘직접 체험’ 같은 단어는 단지 말이 아니라, 국민이 정책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언어의 민주화’로 가는 길이다. 이번 결정은 그 출발점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