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환경한림원, 제69차 환경리더스포럼 개최...‘AI가 여는 녹색전환

2025년의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었다. 바로 그날, 한국환경한림원이 ‘AI가 여는 녹색전환’을 주제로 연 제69차 환경리더스포럼은 기술이 기후·환경·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다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을 모으는 자리였다. 그리고 포럼이 끝난 뒤 열린 송년 콘서트는 한 해 동안의 고민과 실천을 하나의 목소리로 묶어내며 행사에 따뜻한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포럼의 배경에는 올해 인공지능기본법 제정,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격상,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 거대한 정책 전환이 자리하고 있었다. AI가 더 이상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정책의 핵심축으로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강조됐다.

첫 발표에서 최종웅 ENCORED 대표는 하루 종일 전력을 삼키는 AI 데이터센터가 해마다 5~15%씩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현실을 짚었다. 특히 짧은 순간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치솟는 ‘급등·급락’ 패턴은 전력망 전체를 교통체증처럼 멈추게 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그는 전력망을 인터넷처럼 유연하게 재편하는 ‘소프트웨어정의에너지인프라(SDEI)’가 해법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전력 수요를 실시간 조합하는 구조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유근 서울대 교수는 AI 기상예측 모델이 기존 모델 대비 15~20% 더 정밀하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태풍·폭우·한파·폭염 등을 더 빠르게 탐지해 재난 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실제 사례들을 공유했다.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하천 CCTV, 드론 영상 같은 영상·이미지까지 분석해 산불·오염·시설 붕괴까지 예측하는 ‘새로운 기후 대응 체계’가 이미 현실이 됐다는 점도 강조됐다.
토론에서는 AI 기술을 실제 정책과 산업 현장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들이 논의됐다.
김영선 국회 더불어민주당 환경수석전문위원은 하수처리장·바이오가스 시설 등 기존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융합하는 ‘한국형 그린데이터센터 모델’을 제안했다. 폐수열 냉방,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등 국내 여건에 맞춘 지속 가능 모델의 확장 가능성도 소개했다.
한국환경연구원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은 AI가 정수처리장에서 이미 약품 투입량과 펌프 운영을 자동 조절해 에너지 절감과 수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며, 반복 업무 자동화와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 AI의 즉각적 효과를 사례로 설명했다. 동시에 환경·기후 데이터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기술의 잠재력이 100% 발휘되지 못한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경기도 사례도 주목받았다. 김한수 경기연구원 실장은 항공 LiDAR, 위성영상, 지형·건물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폭염·산사태 위험지역 분석, 태양광 발전소 최적 입지 선정 등 지역 밀착형 ‘핀셋 기후정책’이 이미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그린 AI’를 넘어, AI 자체가 기후 한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6대 원칙’을 공유하며 국제 논의 방향을 소개했다. AI 혁신이 기후 부담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속가능성 기준이 강조된 것이다.
이날 포럼은 AI가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을 정밀화하고 자동화하며 국가 데이터 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데이터 통합 부재, 에너지 소비 증가, 현장 신뢰 구축이라는 3대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참석자들은 법·제도와 기술·데이터 플랫폼의 동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번 포럼이 그 첫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행사는 2부에서 기후행동합창단의 송년 콘서트로 이어졌다. ‘북극곰의 눈물’, ‘눈 덮인 겨울밤’, ‘탄소중립 캠페인송’, ‘수고했어, 오늘도’ 등 올해의 기후 행동과 희망을 노래한 무대가 포럼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관객에게 되새기게 했다. 바쁜 연말 속에서도 참석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며, AI 혁신과 기후 행동이라는 올해의 흐름을 따뜻한 합창으로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