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형 햇빛소득 실험, 수도권 영농형태양광 본격 시동

햇빛은 이제 농촌의 새로운 소득이 된다. 수도권 농지 위에 세워질 태양광이 단순한 발전시설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수익 구조를 바꾸는 실험에 들어갔다. 정부가 구상해온 ‘햇빛소득마을’이 종이 위 계획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월 24일 수도권 영농형태양광 시범조성 대상지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사곶리와 안성시 서운면 현매리를 최종 확정했다. 두 지역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햇빛소득마을 전국 확산 방안’이 처음으로 현실화되는 상징적 현장이 된다.
이번 시범조성은 농업 생산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태양광 모델을 수도권에서 처음 본격 검증하는 사업이다. 농업인 소득을 늘리고, 동시에 식량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과제를 함께 풀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13일 수도권 영농형태양광 시범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기도와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현장 간담회와 주민설명회를 잇따라 진행하며 속도감 있게 사업을 다듬어왔다.
초기 관심을 보인 마을은 20여 곳에 달했지만, 실제 사업 신청으로 이어진 곳은 5개 마을이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주민 수용성, 공동기금 활용 계획, 장기 운영 가능성 등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화성 사곶리와 안성 현매리를 최종 선정했다. 두 지역 모두 주민 동의율 70퍼센트를 확보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사곶리는 169가구 중 119가구, 현매리는 100가구 중 70가구가 사업에 동의했다.
시범단지가 들어서는 부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유한 비축농지다. 화성 사곶리는 약 2.4헥타르, 안성 현매리는 약 2.0헥타르 규모로, 각각 1에서 1.2메가와트 수준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농지 위에 구조물을 세워 작물 재배와 발전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농지 전용 없이 농업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 추진 일정도 비교적 촘촘하다.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마을협동조합을 구성하고, 4월부터 8월까지 발전사업 인허가 절차를 거친 뒤 9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안에 발전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수익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적립돼 주민 복지, 농업 기반 개선, 지역 공동사업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범조성을 단순한 태양광 설치 사업이 아니라, 마을이 주도하는 소득 모델 실험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조합 설립부터 자금 조달, 발전시설 설치,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밀착 컨설팅을 지원한다. 행정과 기술은 정부가 뒷받침하되, 사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마을 주민이라는 구조다.
내년부터는 지원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농식품부는 햇빛소득마을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적합 부지 발굴과 금융 연계, 인허가 컨설팅까지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농어촌공사와 지자체가 보유한 농지와 저수지, 한계농지, 축사 등 유휴 공간을 추가로 발굴해 당초 100개를 목표로 했던 햇빛소득마을 선정 규모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의 의미는 작지 않다. 수도권은 개발 압력과 민원 문제로 영농형태양광 추진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번 시범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경우, 주민 수용성 확보 모델과 수익 배분 구조가 표준화돼 전국 확산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업이 공동체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마을 구성원이 직접 조합을 만들고, 수익 구조를 논의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농촌 공동체의 기반이 된다는 판단이다.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닌 주민 주도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수도권 농지 위에서 시작되는 이 실험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이 아니다. 햇빛을 공유 자산으로 삼아 농촌의 미래 소득을 설계하는 첫 장면이다. 화성과 안성에서 켜질 태양광 패널은 에너지 전환의 상징이자, 농촌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만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