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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땅속에서 깨어난 고래, 신생대 바다의 기억이 천연기념물이 되다

이치저널 2025. 12. 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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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동해안이 수천만 년 전 거대한 바다였음을 증언하는 결정적 증거가 마침내 국가의 이름으로 보호받게 됐다. 포항의 땅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와 지구의 시간이, 이제 천연기념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를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했다. 생명 진화의 역사와 지질학적 환경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두 유산은 포항 분지가 단순한 지역 지형을 넘어, 동아시아 신생대 해양 환경을 해석하는 핵심 열쇠임을 분명히 한다.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은 퇴적암 속에 하나의 개체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국내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2008년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에서 처음 발견된 이 화석은 발굴 이후 정밀 조사와 보존 과정을 거쳐 현재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다. 특히 이 표본은 국내에서 확인된 신생대 고래화석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수염고래아목 고래화석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 수염고래는 현생 대형 고래의 조상으로, 이 화석은 대형 해양 포유류가 동해 연안까지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이 고래화석은 단순한 생물 화석을 넘어, 당시 해양 환경과 퇴적 조건, 그리고 생태계 구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종합적 자료다. 개체가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보존됐다는 사실은 사망 이후 빠른 매몰과 안정적인 퇴적 환경이 존재했음을 시사하며, 신생대 동해 연안의 해양 지질사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함께 지정된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 역시 그 가치가 결코 작지 않다. 2019년 포항시 우현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두 개의 결핵체는 국내에서 확인된 결핵체 가운데서도 크기가 크고 형태 보존 상태가 뛰어난 표본이다. 결핵체는 퇴적물 입자 사이의 빈 공간에 광물이 침전되며 형성되는 구조로, 생성 당시의 화학적·물리적 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두 결핵체는 희소성뿐 아니라, 구형에 가까운 완전한 형태와 자연이 만든 조형미로 인해 심미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지질유산으로서 결핵체는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다. 퇴적 당시의 수온, 수질, 화학 조성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 매체로, 고래화석과 함께 분석될 경우 포항 분지 신생대 해양 환경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생명과 무생물, 생물학과 지질학이 하나의 지층에서 만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학제 간 연구 가치도 크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을 통해 두 유산이 단기적인 전시나 연구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보존과 장기적 활용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향후 학술 연구는 물론 교육·전시·콘텐츠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우리 땅이 품고 있는 지구사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결핵체는 개발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됐지만, 그 가치는 우연을 훨씬 넘어선다. 땅속에서 발견된 이 기록들은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이 어떤 시간과 환경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묵묵히 증언한다. 국가유산청이 밝힌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질유산의 적극적 발굴과 보존’ 방침은, 과거를 지키는 일이 곧 미래를 준비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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