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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울린 60년,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 리틀엔젤스의 하모니

이치저널 2025. 12.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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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열리자 객석의 공기는 단숨에 달라졌다. 붉은 빛으로 물든 배경 위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 고운 한복 자락이 그리는 곡선, 아이들의 맑은 눈빛이 한데 어우러지며 리틀엔젤스예술단 세계 순회 60주년 기념공연 ‘HARMONY’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무대는 단순한 연말 공연이 아니라, 지난 60년간 예술로 세계를 연결해 온 리틀엔젤스의 시간과 철학을 집약한 하나의 서사였다.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예술의 미학을 어린 예술가들의 순수한 에너지로 풀어내며,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깊이를 만들어냈다. 부채춤은 특유의 절제된 동작과 섬세한 군무로 무대에 꽃이 피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고, 북춤은 리듬과 움직임이 완벽히 맞물리며 관객의 심장을 두드렸다. 무대 좌우와 중앙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동선은 어린 단원들의 집중력과 숙련도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해학과 서사가 돋보인 ‘처녀총각’과 ‘시집가는 날’에서는 한국 전통 민속극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과장되지 않은 몸짓과 표정, 정확한 호흡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우리 삶의 보편적인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가야금병창은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소리와 선율이 어우러진 전통음악의 깊이를 전했다. 이어진 합창 무대에서는 아이들의 맑고 고른 화음이 공연의 제목처럼 ‘하모니’라는 메시지를 또렷이 각인시켰다.

 

 

2019년 이후 꾸준히 선보여 온 창작 작품들도 이번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라다’와 ‘설날아침’은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리틀엔젤스가 단순한 전통 재현에 머물지 않고 창작 예술단체로 성장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 신작 ‘신탈춤’은 공연의 백미라 할 만했다. 탈춤을 중심으로 상모춤과 사자춤, 라이브 타악 연주를 결합한 이 작품은 역동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했다. 빠른 장단과 힘 있는 동작 속에서도 전통춤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 인상적이었다.

 

 

 

 

연출을 맡은 박규나와 안무를 맡은 유재성의 말처럼, ‘신탈춤’은 익숙한 전통 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냈다. 어린 단원들이 보여주는 생동감 있는 퍼포먼스는 전통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증명했다. 이는 2024년 초연 이후 큰 사랑을 받았던 ‘신명한판’의 연장선이자, 리틀엔젤스예술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읽혔다.

 

 

이번 ‘HARMONY’는 또한 리틀엔젤스의 현재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미국 워싱턴 D.C.,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과 킹스턴, 미국 로스앤젤레스, 홍콩, 과테말라까지 5개국 7개 도시를 순회하며 국제 활동을 대폭 확대한 이들은, 과테말라 공연에 대통령이 참석할 만큼 현지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 성과와 경험이 이번 무대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공연 전반에서 국제무대에서 단련된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났을 때 관객이 받은 것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선 여운이었다. 어린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전통과 현대의 조화, 세대를 잇는 메시지, 그리고 6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마음에 남았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의 ‘HARMONY’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충분한 공연이자, 한국 전통예술이 지닌 힘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 무대였다. 12월 20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지난 6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6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약속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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