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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대신 들어준 가방 하나가 만든 비극

이치저널 2025. 12.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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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항에서 가방 하나를 대신 들어주는 순간, 인생이 멈출 수 있다. 여행 경비를 대주겠다, 선물을 전달해 달라, 단순한 부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대가가 유럽 교도소 수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한국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외교부가 올해 들어 해외에서 타인의 부탁으로 수하물을 운반하다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수감된 우리 국민이 1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히며 강력한 경고에 나섰다.

외교부는 12월 24일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 주재로 경찰청, 동남아 및 유럽 지역 재외공관과 함께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유럽 국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우리 국민 마약 운반 연루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를 경유해 벨기에, 영국,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건이 치밀한 범죄 조직의 유인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수하물 운반 대가로 항공권과 숙박비, 여행 경비 전액 지원은 물론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사례비를 제시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고 접근하거나, 수개월 동안 신뢰를 쌓으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전화금융사기와 유사한 수법으로 분석된다.

실제 체포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뚜렷하다. 태국을 경유해 벨기에로 이동하던 한 한국인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들어 있다는 가방을 전달받아 운반했다가 세관 검사에서 마약이 발견돼 체포됐다. 가방을 직접 열어 확인했음에도 외관상 이상이 없었고, 은닉된 마약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치명적이었다. 또 다른 한국인은 태국 현지 술집에서 처음 만난 외국인의 제안으로 가방을 영국까지 운반하다 환승지 이스탄불 공항에서 붙잡혔다. 가방 안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유럽 여행 기회를 미끼로 접근한 사례도 있었다. 옷가지가 들어 있다는 설명을 믿고 잠긴 가방을 그대로 운반한 한국인은 벨기에 공항에서 체포돼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6개월 이상 알고 지낸 한국인의 부탁을 믿고 핀란드로 물건을 운반한 사례 역시 같은 결말을 맞았다. 심지어 현금을 세척하기 위한 비누가 들어 있다는 설명을 믿고 가방을 옮겼다가 이탈리아 입국 과정에서 마약이 발견돼 장기간 수감 생활에 들어간 경우도 확인됐다.

외교부와 경찰청이 특히 강조하는 점은 ‘몰랐다’는 주장이 해외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마약 운반은 고의성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엄중 처벌 대상이다. 수하물 소유자이자 운반자라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의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영사 조력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현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회의에서 외교부는 경찰청, 재외공관과 함께 대국민 경고 메시지를 대폭 강화하고, 공항·여행사·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예방 홍보를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해당 국가 수사기관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해 마약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 공유와 추적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외교부와 경찰청은 해외 체류나 여행 중 타인의 부탁으로 물품이나 수하물을 대신 운반하는 행위 자체가 중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리 친분이 있거나 조건이 좋아 보여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 경비 지원, 고액 사례비, 선물 전달 요청은 모두 위험 신호이며, 단 한 번의 선택이 귀국이 아닌 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경고다.

해외 공항에서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순간, 선택의 무게는 평생을 바꿀 수 있다. 지금 이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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