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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없는 성당의 비밀, 전주 중앙성당 국가문화유산 된다

이치저널 2026. 1.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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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서노송동 한복판에 우뚝 솟은 성스러운 건물이 국가의 공식적인 보물로 인정받을 준비를 마쳤다. 국가유산청은 1956년에 지어진 전주 중앙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이 성당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넘어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자치교구 주교좌성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교좌성당은 그 지역 천주교의 대장 격인 주교님이 계시는 중심 성당을 말하는데, 중앙성당은 그 지위를 지금까지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번 등록 예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 건물을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전라북도 건축사회의 초대 회장이었던 김성근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으며, 놀랍게도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최초의 설계도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는 근대 건축사 연구에서 굉장히 드물고 귀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성당 안으로 발을 들이면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보통 넓은 건물을 지으려면 천장을 받치는 기둥이 중간중간 있어야 하지만, 중앙성당은 내부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 대신 지붕 쪽에 목조 트러스라는 독특한 기술을 사용했다. 나무 부재를 삼각형 모양으로 촘촘하게 엮어 지붕의 무게를 견디게 만든 공법이다. 덕분에 신자들은 시야 방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이는 1950년대 당시의 앞선 건축 기술력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증거다.

 

국가유산청은 중앙성당의 가치를 완벽하게 지키기 위해 필수보존요소라는 제도도 적용했다. 이는 성당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핵심 부분들을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하는 약속이다. 하늘로 솟은 종탑의 벽돌 쌓기 방식부터 천장의 나무 구조물, 동그란 원형 창문과 출입문, 그리고 반짝거리는 돌을 갈아 만든 바닥 마감까지 모두 보존 대상에 포함됐다. 한마디로 성당의 원형 그대로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앞으로 30일 동안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기간이 지나면 전주 중앙성당은 정식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 전주 한옥마을과 더불어 또 하나의 역사적 명소로 자리 잡을 이번 결정은 우리 곁에 숨어 있던 근현대 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종교를 넘어 대한민국 건축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중앙성당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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