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끝 경쟁 시작, 대한항공 아시아나 황금 노선 주인 바뀌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두 거대 공룡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소식은 우리 하늘길의 지도를 완전히 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단순히 회사가 합쳐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독점의 그늘을 지우고 새로운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단호하게 내린 특단의 조치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손을 잡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꽉 쥐고 있던 알짜배기 노선들을 다른 항공사들에게 과감하게 나누어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비행기 편수를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들이 더 저렴하고 다양한 선택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늘길의 주권을 다시 분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인도네시아의 심장부인 자카르타 노선이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며 높은 운임을 유지해왔던 이 노선에 티웨이항공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 티웨이항공은 이제 대형 항공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장거리 노선에 본격적으로 깃발을 꽂으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격과 서비스를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미국 노선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시애틀 노선에는 알래스카항공이 진입하여 북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하와이의 호놀룰루 노선에는 에어프레미아가 선정되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휴양지를 찾는 여행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에어프레미아는 이미 LA와 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대형 항공사의 대안으로서 그 실력을 입증한 바 있어 이번 호놀룰루 진입이 더욱 주목된다.

국내선 역시 판도가 뒤흔들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붐비는 하늘길인 김포와 제주를 잇는 노선에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그리고 티웨이항공과 파라타항공까지 무려 4개의 항공사가 대체 항공사로 선정되었다. 이는 특정 항공사의 독주를 막고 항공사들끼리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여 제주도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더 많은 시간대와 합리적인 비용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대체 항공사를 선정할 때 단순히 신청만 받았던 것이 아니라 항공 안전성과 이용자 편의성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쳤다. 항공 경영과 경제 그리고 법률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항공교통심의위원회가 현미경 심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에 노선을 배정받은 항공사들은 단순히 이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슬롯이라는 마법의 열쇠를 거머쥐게 되었다. 슬롯은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황금 시간대를 의미하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곧 수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대체 항공사들은 이 슬롯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사업 계획을 짜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우리가 직접 이 새로운 비행기들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티웨이항공이 파리와 로마 그리고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에 진입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이번 조치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이 특정 기업의 독점이 아닌 다채로운 경쟁 체제로 나아가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10년 동안 이행감독위원회를 통해 운임이 갑자기 오르지는 않는지 혹은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매 분기마다 철저히 감시하며 소비자의 권익을 끝까지 보호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