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하나로 순금 반 돈 주인공, 평창 얼음판 위 황금 송어 사냥

발을 동동 구르는 추위마저 짜릿한 즐거움이 되는 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겨울이 찾아오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이 거대한 얼음 놀이터로 변신한다. 2026년 1월 9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평창송어축제가 올해로 스무 살 성년을 맞이했다. 해발 700미터 고원지대의 칼바람도 막지 못하는 뜨거운 축제의 현장은 단순한 놀거리를 넘어 한 마을이 절망을 딛고 일어선 감동의 서사시를 품고 있다. 2006년 대수해로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었을 때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시작한 이 축제는 이제 연간 5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최고의 겨울 축제로 우뚝 섰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단연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송어와의 한판 승부다. 맑디맑은 오대천 1급수에서 자란 평창 송어는 유난히 힘이 좋고 살이 쫄깃하기로 유명하다. 얼음 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숨을 죽이며 기다리다 전해지는 묵직한 손맛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특히 올해는 황금색 송어를 낚는 행운의 주인공에게 순금 반 돈으로 만든 기념패를 증정하는 파격적인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 강태공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낚시가 처음인 초보자나 학생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장에서는 프로 낚시꾼이 직접 비법을 전수하는 무료 교실이 열려 누구나 '도시어부' 못지않은 실력을 뽐낼 수 있다.
낚시만 있는 게 아니다. 온몸으로 겨울을 들이받는 액티비티가 즐비하다. 꽁꽁 언 얼음판 위를 질주하는 수륙양용차 아르고와 스노 래프팅은 가슴속까지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어린이용 회전 눈썰매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 전망이다. 특히 이번 20주년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계적인 게임 포켓몬GO와의 만남이다. 1월 19일부터 일주일간 축제장 곳곳에 피카츄가 등장하는 특별 이벤트가 열려 가상 현실과 현실의 얼음판을 넘나드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직접 잡은 송어를 들고 먹거리촌으로 향하면 축제의 절정은 시작된다. 100마리를 동시에 구워낼 수 있는 거대한 구이 시설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송어 냄새는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갓 잡아 올린 송어를 즉석에서 회로 쳐서 한 입 먹으면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축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송어 가스나 송어 덮밥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가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신나게 놀고 난 뒤의 휴식도 일품이다. 평창의 특산물인 당귀를 넣은 뜨끈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 체험과 오두막 모양의 K-찜질방은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축제장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방문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은 겨울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이 축제는 단순히 돈을 버는 행사가 아니다. 고령화와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 선 평창 주민들에게 6000여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900억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가져다주는 희망의 등불이다. 추워서 더 즐거운 진짜 겨울을 만나고 싶다면 지금 바로 평창 진부행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