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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쌓인 빌딩을 계단 삼아, 달이 서울의 지붕 위로 떠올랐다

이치저널 2026. 1.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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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이현준 사진작가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업무가 무겁고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 바로 그런 날, 서울의 심장 강남대로는 예상치 못한 마법을 선물한다.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줄지어 선 회색빛 숲 사이로 커다란 황금빛 달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이현준

 

사진 속 달은 마치 빌딩들 사이를 비집고 우리에게 안부라도 전하려는 듯 정중앙에 자리 잡았다. 차가운 유리 벽과 화려한 간판들이 뿜어내는 인공의 빛들 사이에서, 수천 년을 변함없이 비춰온 달빛은 유독 따뜻하고 비현실적이다. 다중 노출로 포착된 달의 발자취를 보면 마치 달이 빌딩 숲을 계단 삼아 차근차근 하늘로 걸어 올라가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 이현준

 

도로 위는 여전히 치열하다. 반포IC와 서초구청을 향해 늘어선 차량들은 붉은색 전조등을 켜고 거대한 강물처럼 흐른다. 하지만 그 위를 유유히 흐르는 달빛은 이 치열한 소음마저 한 편의 고요한 오케스트라로 바꾼다. 남산타워가 멀리서 지켜보는 서울의 또 다른 밤풍경은 어떤가.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흐르는 빛의 띠는 도시의 혈관처럼 살아 숨 쉬며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이현준

 

이 풍경은 말한다. 우리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지친 몸을 기댈 곳을 찾을 때, 고개만 들면 언제든 우리를 지켜봐 주는 거대한 위로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밤, 당신의 퇴근길 위에도 이토록 따스한 빛의 응원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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