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대인 꼼짝 마, 인공지능이 감시하는 전세사기

소중한 돈을 모아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전세사기는 한 가정을 무너뜨리는 무서운 재앙과도 같다. 계약서를 쓸 때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집주인이 수백 채의 집을 가진 사기꾼이거나 빚더미에 앉은 상태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는 이런 불행한 일을 겪기 전에 컴퓨터가 먼저 위험 신호를 보내주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세사기를 미리 찾아내는 똑똑한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UNIST 이용재 교수팀은 마치 명탐정 셜록 홈즈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뒤졌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그리고 한국부동산원 등이 가진 약 300만 건의 전세 계약 정보와 집주인들의 신용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인공지능은 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샅샅이 공부하며 사기꾼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수상한 행동 패턴을 찾아냈다. 마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예상 문제를 맞히듯 인공지능은 아직 사고가 터지지 않은 계약 중에서 전세사기 위험이 높은 경우를 60퍼센트 이상 정확하게 골라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집이 깨끗하고 좋으면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분석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전세사기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집의 모양이나 위치 같은 물리적인 특징이 아니었다. 진짜 핵심은 집주인의 지갑 사정이었다.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얼마나 받았는지 대출 이자는 제때 내고 있는지 혹은 최근에 신용카드 결제를 연체한 기록이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단서였다. 심지어 은행이 아닌 곳에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린 기록이 있다면 인공지능은 즉각 위험 경보를 울렸다.
이 기술이 특별한 이유는 사고가 터진 뒤에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집주인이 세금을 안 냈는지 혹은 빚이 얼마나 있는지 세입자가 일일이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 이 인공지능 모델이 실제 서비스로 만들어지면 세입자는 계약 전에 인공지능의 진단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이 과거의 데이터 패턴을 학습해 미래에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을 능동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인공지능이 멀쩡한 임대인을 사기꾼으로 오해해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고 개인의 소중한 신용 정보가 함부로 다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분석 과정에서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 정보를 모두 지우고 폐쇄된 환경에서만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점수를 매겨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인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와 금융위 등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 실제로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집주인의 세금 체납 정보나 등기 정보까지 더 많은 데이터가 인공지능에게 학습되면 사기꾼을 잡아내는 실력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차가운 기계의 계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지켜주는 따뜻한 안전망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