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냄새에 머리 아픈 건 옛말, 2025년 신차 23종 공기질 '올패스'

새 차를 샀을 때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신차 냄새는 누군가에게는 설렘이지만, 예민한 이들에게는 두통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심하고 운전대를 잡아도 좋을 것 같다. 2025년 대한민국 도로를 누비는 주요 신차들이 실내공기질 검사에서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30년 기자 생활 동안 신차 실내 유해물질 초과 뉴스를 수차례 다뤄왔지만, 이번처럼 국내외 주요 브랜드가 단 한 곳의 낙오자 없이 완벽하게 기준을 통과한 것은 자동차 제조 공정이 그만큼 정교해지고 친환경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제작되고 판매된 13개 자동차 회사, 23개 차종을 대상으로 실내공기질을 낱낱이 파헤친 결과, 조사 대상 전 차종이 8개 유해물질 권고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매년 실시되는 이 조사는 차량 내장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폼알데하이드, 벤젠, 톨루엔 등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휘발성 유해물질을 측정한다. 밀폐된 차 안에서 장시간 운전하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조사 대상에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9과 팰리세이드, 기아의 EV4와 타스만 등 국산 인기 차종은 물론, 비엠더블유(BMW) iX2, 메르세데스 벤츠 E200, 테슬라 모델3, 토요타 캠리 등 수입차 시장의 강자들도 대거 포함됐다.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전기차 브랜드 BYD의 아토3와 T4K도 당당히 '만족' 판정을 받으며 품질 우려를 씻어냈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내장재를 채택하고, 접착제나 마감재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과거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정부의 끈질긴 추적도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4년 조사에서 스티렌 수치가 기준치의 9배가 넘게 검출되어 충격을 줬던 지프 랭글러 루비콘 모델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었다. 당시 초과 원인은 천장 부품인 하드탑 제조 과정에서 온도가 불균일해 물질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부품 안에 남았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정부는 제조 공정 개선 이후 생산된 차량을 다시 샘플링하여 조사했고, 이번에 확실히 기준치를 통과했음을 확인하며 사후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차량 실내공기질이 운전자와 탑승자의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도 제조사들의 자율적인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휴식과 생활의 공간으로 진화하는 요즘, '숨 쉬기 편한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신차를 구매할 때 유해물질 걱정 없이 오직 성능과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