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건축'으로 즐기고 머무는 지역, '가보고 싶은 중소도시' 늘린다

전통적인 기와지붕 아래서 즐기는 따뜻한 차 한 잔과 마당 너머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는 이제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가, 혹은 여행지로 점찍어둔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 한옥의 멋을 입고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마쳤다. 국토교통부가 우리나라 주거의 뿌리인 한옥을 활용해 지방 도시들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대대적인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옥은 관리하기 어렵고 짓는 비용이 비싸다는 편견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옥의 아름다움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한옥 고택을 개조한 카페나 숙소가 가장 힙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한옥을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한옥을 짓는 사람들이다. 현재 대학의 건축학과에서는 대부분 서양식 현대 건축을 배운다. 한옥은 한 학기 정도 교양 과목으로 배우는 게 전부인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월부터 국비 3억 원을 투입해 한옥 설계와 시공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재 100명을 직접 길러내기로 했다.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더 튼튼하고 살기 편한 현대식 한옥이 전국 곳곳에 지어질 수 있다.
건축 과정도 더 똑똑해진다. 한옥은 나무를 깎고 맞추는 작업이 까다로워 건축비가 비쌌지만, 앞으로는 공장에서 규격화된 부품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한옥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건축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일반 시민들도 한옥을 짓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지진에 강한 내진 설계와 불에 잘 견디는 내화 기준 등을 현대식 건물 수준으로 정비해 한옥이 예쁘기만 한 집이 아니라 안전한 집이라는 믿음을 줄 예정이다.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옥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경북이나 광주, 서울 등 일부 도시에서만 하던 한옥 등록제를 전국으로 넓히고, 한옥 설계부터 자재 제작, 유통, 시공, 유지보수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옥 산학연 협력단지도 만들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집 몇 채를 짓는 것이 아니라 한옥과 관련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지방의 중소도시들은 아파트 숲이 아닌 고유의 매력을 가진 한옥 명소로 변신하게 된다. 한옥이 일상의 공간이자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한옥이 현대 기술과 만나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