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의 끝이자 시작, 거문도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영토의 비밀

푸른 바다 위를 가르며 달려가다 보면 육지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채 오직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곳이 나타난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섬, 바로 거문도다. 정부는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우리 영해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기준점인 거문도를 올해의 섬으로 선정했다.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가 아니다. 이 작은 섬 하나가 우리나라 바다의 권리를 결정하는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해는 우리 바다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하는 구역이다. 거문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중에서도 우리 영토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영해기점이다. 지도상에서 점을 찍어 선을 연결하면 그 안쪽이 모두 대한민국의 바다가 된다. 만약 이 섬이 없다면 우리 바다의 면적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는 수산 자원을 확보하고, 안보적으로는 나라를 지키는 최전방 초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거문도는 우리나라에 단 7개뿐인 영해기점 유인섬 중 하나로 그 존재만으로도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거문도는 예로부터 배들의 안식처였다. 남해안 먼바다에서 갑자기 태풍을 만나거나 거센 파도가 칠 때, 육지까지 갈 수 없는 고기잡이배들은 거문도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섬이 세 개의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 안쪽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적 특징 덕분에 과거 구한말에는 영국군이 거문도를 무단 점령했던 거문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섬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과 유적들이 남아 있어 중학생 독자들이 교과서에서나 보던 역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공부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먹거리와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삼치와 은빛 갈치, 쫄깃한 전갱이는 거문도가 자랑하는 특산물이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미역과 다시마의 향긋함은 육지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기암괴석의 절경과 붉은 동백나무 숲길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2026년 9월부터는 여수 돌산에서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한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리는데, 이때 거문도를 방문한다면 섬의 생태적 가치와 미래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거문도처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들은 인구가 줄어드는 아픔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번 올해의 섬 지정을 계기로 먼 섬 주민들이 육지와 다름없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에 나선다. 제1차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도로와 주택을 정비하고 생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사람이 살지 않는 주변 무인도들에 대해서도 꼼꼼한 실태조사를 벌여 우리 영토를 빈틈없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문도는 이제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대한민국 자부심의 상징이 되고 있다. 거센 파도를 견디며 바다 끝을 지켜온 섬 사람들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영토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가 2026년에 거문도를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이번 주말, 책상 앞을 떠나 우리 땅의 끝에서 시작되는 푸른 희망을 만나러 거문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