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여기 살고 있었니, 강화 서도면에서 발견된 한국의 보물 외대으아리

30년 차 기자의 눈으로 보니 이건 단순한 식물 발견 뉴스가 아닙니다. 민간인 통제구역 인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외딴섬에서 우리 땅에만 사는 '보물'이 발견된 사건이죠. 중학생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현장감을 살려 재구성했습니다.
인천 강화군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서도면의 작은 섬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곳 볼음도와 주문도, 아차도가 사실은 엄청난 식물 보물창고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최근 DMZ 접경 지역의 섬들을 샅샅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아주 특별한 식물인 외대으아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외대으아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뿌리를 내리고 사는 특산식물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 식물은 그동안 강화도 서도면 일대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번 발견은 식물학계에서 보물지도의 빈칸을 채운 것과 다름없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국립수목원 조사팀은 이번 조사에서 외대으아리뿐만 아니라 이름도 생소한 가는털백미나 백운산원추리 같은 희귀 식물들을 포함해 총 621종의 식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기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섬마을이 개발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외래 식물들의 습격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는 물참새피를 비롯해 무려 97종의 외래 식물이 발견됐다.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우리 토종 식물들이 살 자리를 빼앗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다니는 탐방로 주변으로 외래종이 확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립수목원은 소중한 외대으아리와 희귀 식물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탐방로 위치를 조정하거나 안내판을 설치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 계획이다. 또 우리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외래 식물들을 직접 뽑아내는 제거 활동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조용찬 박사는 이번 발견이 해당 지역의 식물 보전 정책을 세우는 데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MZ 접경 지역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던 우리 식물들이 외래종의 공격과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리가 시작된 셈이다.
단순히 예쁜 꽃이나 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마지막 유산일지도 모른다. 강화 서도면의 외대으아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소중한 자연을 지켜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