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보다 무서운 공공기관 사칭 납품 사기 주의보

공공기관의 신뢰를 담보로 선량한 사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이른바 납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엔 북부지방산림청 직원을 사칭해 가짜 공문까지 만들어 보내며 돈을 가로채려던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2월 24일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온하던 한 판매업체에 북부지방산림청 공무원을 자처하는 남성의 전화 한 통이 걸려 오면서 비극적인 사기극의 서막이 올랐다.
사기꾼의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대담했다. 그는 자신을 산림청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업체 측에 소화기 납품을 정중히 요청했다. 여기서 그는 업자의 눈을 멀게 할 달콤한 제안을 던진다. 시중에서 한 대당 25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특수 소화기를 특정 법인을 통하면 180만 원에 저렴하게 떼어올 수 있다는 정보였다. 그러면서 업체가 180만 원에 사서 산림청에는 원래 가격인 250만 원에 납품한 것으로 처리하면 그 차액은 모두 업체가 가질 수 있다는 식으로 유혹했다. 공공기관의 예산을 활용해 합법적인 이득을 챙기게 해주겠다는 전형적인 미끼였다.

범인은 업체가 망설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정교하게 위조된 결제 확약서까지 팩스로 보냈다. 국가기관의 관인이 찍힌 것처럼 꾸민 허위 문서를 본 업체 대표는 설마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이 사기를 칠까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기꾼은 신뢰를 쌓은 직후 본색을 드러냈다. 소화기를 선점해야 하니 알려주는 계좌로 즉시 물품 대금을 입금하라고 독촉한 것이다. 다행히 해당 업체는 마지막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입금을 멈춘 뒤 확인 절차를 거쳐 화를 면했지만, 조금만 방심했더라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송준호 북부지방산림청장은 단호한 어조로 주의를 당부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기관은 개인이나 특정 업체에 전화를 걸어 물품 대금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공공기관과의 계약은 투명한 전자 조달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인 유선 연락이나 팩스로 송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거나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림청 측은 이번 사례와 유사한 수법이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관내 업체와 관계기관에 긴급 공지를 띄우는 등 추가 피해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누군가 공무원을 사칭하며 솔깃한 납품 제안을 해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실제 근무하는 직원이 맞는지 반드시 대조해야 한다. 사기꾼들이 제시하는 전화번호는 조작된 것일 수 있으므로 포털 사이트 등에 등록된 공식 번호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주저하지 말고 112나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 2차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 공직 사회의 권위를 악용해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기 범죄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시민들의 각별한 경계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