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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아는 사람이라고 다 아는 게 아니다

by 이치저널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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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라고 다 아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준비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미리 피하고 안 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안다고 생각하나 마음속으로는 전혀 아닌 경우도 많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정(情)이 마른 목석을 바라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필요한 것을 알아서 챙겨주는 마음이라면 고마움이 넘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서 피해 주는 마음이라면 아름다움이 넘친다. 이모가 늦은 시간에 밥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속이 쓰리지 않게 음식을 준비하는 조카의 마음 씀이 참 고맙고 예쁘다.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가? 오늘도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그 조카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 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구나, 나는 아직도 어른이 덜되었구나 하는 짧은 순간의 반성을 해 본다.

 

 

산을 힘들게 오르다 어중간한 높이의 바윗돌에 신경을 쓰고 있는 순간 손을 내밀어 당겨주는 사람의 마음은 정말 예쁘다.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지려 하는데 말없이 어깨를 잡아주는 사람의 마음은 천사일 것이다. 지쳐 쓰러질 지경인데 조용히 기댈 등을 내밀어주는 사람의 마음은 큰 산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 우편함을 살피다 올라가려는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싶었는데 닫힌 문이 기적처럼 열리니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왜 이리 곱게 느껴지는지요? 열림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은 지평선 너머 저 멀리까지도 동행(同行)의 향기가 퍼지고 있을 것이다. 달빛을 머금은 이슬보다 더 순수할 것이다. 등이 가려운 줄 알고 알아서 긁어 주는 손, 그 손이 참 고맙다. 내 등 가려운 것을 어찌 알았을꼬?

내가 안다고 하는 사람과 나를 안다고 하는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겉으로는 붕어빵처럼 닮아서 아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전생에 나와 형제자매였을 거라 믿지만 속마음은 남극과 북극 사이만큼 거리가 먼 사람도 있다. 닮은 곳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지만 마음이 연리지(連理枝)처럼 닿아 있어, 눈빛만 봐도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은 분명 천생연분일 것이다.

외로움에 찌들어 위로받고 싶은데, 따뜻한 응원의 말을 듣고 싶은데 어디선가 다정하게 다가오는 말,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늘 상 잘못만 늘어놓아 칭찬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소한 격려 한 마디가 허기진 시간의 피자 한 조각보다 더 배부름을 안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예쁜 사람들이 참 많다. 따뜻한 손을 내밀어 차가운 마음 다독여주는 사람, 정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다정한 눈빛 나누며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 어둠을 환하게 비추는 천사의 마음으로 봉실봉실 미소를 짓는 사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하리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감사할 일이면 감사하다고 말하자.

고마운 줄 알면서 쑥스럽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다가가 보자.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한발 짝 더 그 사람 속내로 들어가 보자. 그러면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면 아는 대로 행하면 된다. 마음이 가라 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

안다고 하면서 행하지 않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면서도 해주지 않으면 더 밉게 느껴진다. 서운함이 쌓이면 아는 것도 줄어 든다. 나를 잘 안다고 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 하는 사람을 어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무시당하면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쓰리고 아프다. 봄 햇살에 눈만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아지랑이는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간다.

말로만 무슨 일이든지 다 해주겠다고 허풍 치지 말고 오늘은 내가 안다고 하는 사람을 위해 그냥 작은 일이라도 알아서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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