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송태한7 휴지를 버리며 송태한lastree@daum.net 휴지를 버리며 송강 송태한 점퍼주머니 속 휴지를 만지작거리며 걷다가 문득 낡은 생각 하나 끄집어낸다 한 장 종이 위에 마음의 문양과 색감이 판화처럼 우러날 수 있을까 들꽃처럼 파릇하거나 혹여 봄나물만큼 모록모록하진 못해도 어쩜 사람의 마음이란 얼룩진 일러스트 사생첩 혹은 접혀진 몇 장의 종잇장 같은 것 색색가지 모자이크 조각 가슴속에 데칼코마니로 눌러 접어 여느 때처럼 도심을 지나거나 한가로운 휴일의 공원 길목에서 우연스레 다가오는 그대 앞에 턱 꺼내어 펼쳐 보이는 봄볕같이 짧은 한순간 그 꿈의 낱장 한 장 구깃거리며 주뼛주뼛 망설이다가 이윽고 후미진 휴지통 가까이 한 걸음씩 메마른 내 그림자 다가서면서 --- 송강 송태한 시인,.. 2022. 7. 4. 문자메시지 송태한lastree@daum.net 문자메시지 송강 송태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중에도 문자 한 줄 도착하면 목소리 들려줄 수 있나요 천근만근 온몸 무거워도 그립다는 말 한 마디에 불쑥 사진과 문자 전해줄 건가요 가진 것 없는 우리 서로 땅 끝만큼 멀리 지내더라도 밀린 일 모니터 구석에 밀어놓고 고속열차보다 빠르게 내게로 달려올 수 있나요 조막만한 부호 이모티콘 섞인 휴대폰 문자메시지 당신 생각에 못내 겨워 주저리주저리 눈물범벅 엄지로 꾹 눌러 보낸 날 2022. 6. 3. 냇물은 송태한lastree@daum.net 냇물은 송강 송태한 스스로 투명하며 제 맘대로 흘러가니 그대는 바람인가 어디서 와서 가는 곳도 모르는 그대는 나그네인가 늘 제 몸 닦으며 낮은 곳 찾아 드는 그대는 수행자인가 도랑도 강물도 아직은 한몸이 아니다 냇물은 드넓은 바다다 2022. 3. 8. 눈 택배 송태한lastree@daum.net 눈 택배 송태한 서울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산 104번지 얽힌 골목으로 눈발 새어들더니 키 작은 조막돌도 가가호호 허기 끝 함박눈 선물에 검스레한 속살까지 모처럼 배부르다 구름 우체국에서 손수 부치신 반송할 도리 없는 택배 꾸러미 사각 운송장 위에 낱낱이 군고구마 장수 오씨 구두 수선공 곽씨 수원댁 파지 할머니 언덕바지 수취인 주소 각별하다 사양하고 뒷걸음질해도 개미 떼 줄서듯 찾아드는 바짓가랑이 살바람처럼 살얼음에 발목 잠긴 갯돌처럼 2022. 2. 7. 악수 송태한lastree@daum.net 악수 송태한 손을 맞대며 슬며시 드러내는 낯선 얼굴 짧은 순간 나는 은빛 갑옷에 가면을 쓴다 작별 손짓 흔든 뒤 다시 문대며 광내는 청동 방패 만지작거리는 호주머니 속 창끝처럼 까칠한 명함들 어둠은 골목 어귀마다 기마병처럼 밀려들고 어깨와 뒷목에 녹처럼 앉은 청록빛 피로감 야전 막사 같은 빌딩숲 선잠에 뒤척이는 밤마다 가시 덩굴 속 칡뿌리처럼 붉게 핏발 선 나의 팔뚝 2021. 11. 2. 문손잡이 송태한lastree@daum.net 문손잡이 송태한 돌쩌귀 닳도록 넘나들던 문지방에 홀로 남아 심장 뛰던 그리움과 가슴 찡한 작별의 틈새에 박혀 불거진 상처처럼 문손잡이는 녹슨 기억을 움켜쥐고 있네 2021. 10. 19. 거미1 송태한lastree@daum.net 거미1 송태한 내 영혼의 그늘 가 무관심의 서랍 속 혹은 일상의 현관 뒤켠에 제 몸 감추고 산다 벼랑을 타고 끈끈한 극세사 실을 던져 방사형 터를 꾸린다 주소도 모르는 신경세포 외진 동굴 어디쯤 가구 한 점 거울마저 없이 좁은 쪽문에 걸쇠 걸고 꿀맛 같은 게으름과 갈증을 돌돌 말아 빨며 마음 구속에 알을 슬어 놓는다 먼지 덮인 눈썹 아래 혹- 쥐색 그물 뿌린다 ----- 송태한 시집- 『우레를 찾다(2019)』, 『퍼즐 맞추기(2013)』, 『2인시집(1983)』 등 한국문협 문인저작권옹호위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및 정보화위원, 연암문학예술상, 한국문학신문기성문학상, 시와표현 기획시선 당.. 2021. 9. 14. 이전 1 다음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