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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진이만나24

인연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양광모 사진 : 박미애 길을 걸어가는데 돌이 가로막고 있다면 잠시 그 위에 앉아 쉬었다 가면 되리 마차를 타고 가는데 돌이 가로막고 있다면 마땅히 그 돌을 치우거나 피해가야 하리 인연이란 이와 같은 것 선연과 악연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돌을 탓하지 말고 나를 돌아봐야 하리 2022. 10. 3.
가로등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이승해 사진 : 박미애 어둠이 내리면 회색도시에는 키큰 아버지들이 등을 밝히며 길에 선다 포장마차 앞 술 취한 이들의 설움을 지긋이 바라보며 자식 걱정에 어둠을 지우고 있다 어떤 이는 하소연에 발로 차거나 술에 취해 껴안고 울기도 하지만 담담히 아픔을 받아준다 묵묵히 밤을 밝혀주는 길잡이 자식 기다리는 마음 하나로 어둠의 끝에 늘 서 있다 2022. 10. 3.
바람이 그네를 밀다 2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박부경 사진 : 박미애 하늘은 금을 긋지 않습니다 금을 그으면 새들이 발에 걸려 넘어질 테니까요 유월의 바다는 금을 긋지 않습니다 금을 그으면 섬은 반쪽이 되고 등대도 절반의 불빛밖에 전하지 못할 테니까요 오늘도 마음에 금 하나 그었습니다 금을 그으면 날개도 하나 눈도 하나뿐인 비익조처럼 슬픈 사랑을 하게 될 줄 알면서도 우리는 사소한 오해에도 마음에 선을 그으며 지우며 살아갑니다 2022. 10. 1.
밀어 타령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임석순 사진 : 박미애 슬픔을 슬픔으로 밀어내고 나쁨을 나쁨으로 밀어내니 희망과 기쁨이 눈앞에 다가오네 두려워 두려움으로 밀어내고 서러워 서러움으로 밀어내니 용기와 함께 창조의 삶이 이어지네 외로워 외로움으로 밀어내고 처량해 처량함으로 밀어내니 홀로 가는 고독을 느끼고 즐거우네 어두운 하늘을 별빛으로 밀어내고 달이 뜨고 바람이 불어와 시간을 밀어내니 밝은 태양이 빛나는 아침이 찾아온다. * 밀어 :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전부 평균으로 쳐서. * 타령 :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을 말이나 소리로 나타내 자꾸 되풀이하는 일. 2022. 9. 30.
호박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안성숙 사진 : 박미애 척박한 땅 돌담 멍석 삼아 둘둘 말아 땡볕 견딘 고통의 나 날 애호박 뭍에 자식에게 내어주고 비비 말라비틀어진 누런 탯줄 노을 따라 황금빛으로 변하여 누가 볼세라 잎 치마로 수줍은 얼굴 가리네 애호박 시절 지나고 보니 늙은 호박 깊게 파인 주름 아낌없이 내어주시던 어머니를 닮아 노을 져 감이 섧구나 2022. 9. 30.
그렇게 하라 하네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이용식 사진 : 박미애 우연히 온 세상 딱딱하면 좀 어때 근심이 있어야 꿈을 지닐 수 있는 거야 기를 쓰던 어색함 있어도 좋아 살다 보면 서투른 인연으로 쓰고 지운 마음에 위로준 생각이 모여들면 상처 입다 아물며 살아도 된 거야 그래 기억해줄 시간을 모아 어제보다 괜찮아질 포근한 계절이 오면 된 거야 그래 그래도 좋을 거야 2022. 9. 2.
기도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김이진 사진 : 박미애 봄날에는 포근하고 따뜻한 사랑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라 말해도 괜찮습니다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겨울 그 시리고 아픈 가슴 다 내려놓고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예쁜 햇살 한 줌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누군가 가슴이 시린 사람에게 누군가 그리움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에게 햇살 한 줌 예쁘게 포장해서 지나는 바람 편에 부치고 싶음입니다. 2022. 9. 2.
유명이고 무명이고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서명숙 사진 : 박미애 인생길 문 열고 문고리에서 손 떼기도 전에 세상 문이 잠기고 마는 우리네 인생 유자 붙은 인간이나 무자 붙은 인간이나 세상 속에 잠시 머무는 동안 구정물에 발 빠지든 금싸라기 물에 손 담거든 어차피 손에 쥐고 가는 건 먼지일 뿐인데... 설마 끝까지 입에다 보석 물고 갈까봐. 2022. 9. 2.
끝없는 우주 안에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조영애 사진 : 박미애 모퉁이 길을 돌아선 순간 개미 한 마리 눈에 들어옵니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자신의 몸집보다 서너 배나 큰 먹잇감을 등에 짊어지고 방향키를 잡으며 바쁘게 가는 모습이 가족을 위해 시장에 다녀오시는 우리네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미물(微物)에 불과해 자세히 보아야 눈에 띄는 드넓은 땅 위에 작은 점이라지만 강한 생활력의 소유자라 더없이 눈부시게 아름답기에 나, 부지런함을 닮고 싶다. 2022. 7. 4.
빌려온 하루 박미애 기자 twindaol2@hanmail.net 글 : 박윤호 사진 : 박미애 밤이 걸어오는 소리가 뚜벅뚜벅 처연 서럽게 들린다 하루를 수금하러 온 사채업자처럼 매정하고 어두운 낯빛 무서운 길이다 가면 안 돼 하면서 가야만 하는 인생길 후회한다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길 하루를 갚고 내일 또 갚아야겠지 그래 가자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하는 길.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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