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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염홍철의 아침단상58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나를 사용하렴 문학 평론가 신형철 교수의 시화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의 저서라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은 프롤로그에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소개했습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라는 시였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랑 시’인데, 이 시가 우리나라에 소개할 때는 민주화 투쟁 시기에 그 시를 빗대어 ‘사랑하는 사람’을 ‘동지’로 환치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자기가 아니라 상대를 위한 일이 됐기 때문에, 이제 ‘나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절절히 절규하는 것입니다. 신형철 교수는 이 시의 해설 말미에 “사랑은 내가 .. 2024. 5. 28.
적당히 마셔라 연초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수비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장수비결 1위에서 20위까지를 발표했는데, 1위가 ‘술’이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기사를 보고 의아해했고, 술꾼들은 상당히 고무되었지요.그런데 자세히 보면 ‘술을 적당히 마셔라.’였습니다. ‘적당히’라는 단서가 붙었기 때문에 무조건 술 마시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그 전에 똑같은 WHO는 연간 조기 사망자 1,600만 명 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600만 명,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가 330만 명으로 발표된 바도 있으므로, 담배와 술이 조기 사망의 원인인 것도 이미 발표하였고, 굳이 WHO 발표가 아닐지라도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를 권장하는 것이 상식이고 의학이지요.  그러나 술을 적당히 마시.. 2024. 5. 21.
4살짜리 딸이 말해준 대로 설교한 목사님 제가 나가는 학교 정문 앞에 제법 큰 교회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해 잘 모르겠으나, 특징적인 것은 교회 외부에는 십자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나, 아마도 열린 교회, 접근하기 쉬운 교회, 부담을 안 주는 교회를 나타내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짐작합니다.그 교회 담임 목사님을 잘 알기 때문에, 그분이라면 제가 지적한 것 이상의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 교회 신자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씩 그 교회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지요. 커피의 맛과 분위기도 좋지만, 그 목사님을 짝사랑(?)하는 제 마음이 그쪽으로 발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그 목사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목사님은 평소에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2024. 5. 14.
배가 부르면 욕심이 생긴다 오래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 손가정(孫家正) 당시 문화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문화부 장관만 10년을 한 사람답게 의미 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의 집무실에서 두 시간쯤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도 저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는 한마디의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고픈 사람은 한 가지 걱정만 있지만, 배고픔이 해결되어 배가 부른 사람은 여러 가지 걱정을 갖게 된다.”라는 말이었습니다.법정 스님은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가난해도 마음이 있으면 나눌 것이 있고, 부자라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혼자만 갖기에도 모자랍니다. 자연의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 듯한 상태가 최상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2024. 5. 7.
멈추지 말고 한 가지 목표에 매진하라 세계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안나 파블로바라는 발레리나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한 말은 명언으로 여기저기 인용되는데, 행복에 대해서도 유명한 말을 남겼지요.“나는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어요. 행복은 나비와 같아, 어느 순간 나타나 아주 잠시 기쁨을 주다가 곧 다시 날아가 버리죠.”  이 말은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성공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화석처럼 굳어진 듯하지만, 돈이나 명예가 실제 행복과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많은 학자가 논증하고 있지요.저는 평소에 히말라야산맥에 둘러싸인 부탄이라는 나라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부탄은.. 2024. 4. 30.
걷는 법은 행하고 넘어지면서 배운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국내외 인사를 만났습니다. 만난 사람 중에는 큰 교훈을 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중에 한 사람은 오래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아·태도시정상회의’에서 만난 영국의 기업가이며, 버진(Virgin)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입니다. 그는 선천성 난독성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지요. 고등학교 중퇴자라고 알려진 그의 신념은 ‘우등생과 기업가의 자질은 전혀 다르다’라는 것이지요. 브랜슨에 대한 경영 철학이나 일화는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덕목은 열정, 회복력, 창의력, 신뢰, 비전인데 여기에서, ‘한계를 뛰어넘어’, 더 강하게 반등’, ‘틀 밖에서 생각, ‘자신감’, ‘목표에 대한 비전’ 등이 암시되었지요. 세계 경제계의 괴짜로 알려진 그는 ‘재미를 위해 도전.. 2024. 4. 16.
사랑은 불륜일까? 일반적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은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부정적 또는 비극적으로 설정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좀 튀는 철학자로 알려진 어느 분은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不倫)’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남편은 서로에게 배우자일 뿐, 결코 애인이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하지요. 그가 사랑을 불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기존에 속해있던 무리(倫)를 부정하도록(不) 만드는’ 감정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즉, 부모를 떠나 낯선 남자와 여자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동력이 사랑인데, 이것은 가족을 배신하는 불륜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가족, 결혼, 사랑의 관계를 억지로 한자 풀이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쓴 다른 책에는 사랑은 “자신을 .. 2024. 4. 9.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 언젠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을 물어봤더니, 1순위는 예술가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아서’였다지요. 예술가가 선망의 대상인 것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와 경쟁과 책임감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의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선망의 대상인 예술가도 성공을 돈으로 측정하는 물질주의적 세상에서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낼 것입니다. 대부분 예술가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아 갈고 닦아왔지요. 그리고 예술가들은 창의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천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과 많은 투자로 이룬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량을 펼칠 무대나 시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 주위에 있는 예술가들도 이러한 현실.. 2024. 4. 2.
1초의 위력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가 초(秒)인데, 아주 짧은 순간이지요. 그러나 1초가 굉장히 길 때도 있고, 1초가 어떤 일을 좌우할 때도 있습니다. 현재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인데, 그의 기록은 9초 58이지요. 이것은 2009년에 수립된 기록인데, 당시 육상 100m 기록에서 1초를 줄이는 데 100년이 걸렸습니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신기록이 수립된 지도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이 0.01초를 줄이지 못해 세계신기록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동에서의 1초는 긴 시간일 수 있습니다. 0.01초 때문에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 출근 전에, 운동장에 나가서 달리기한 적이 있.. 2024. 3. 26.
첫 마음 정채봉 시인은 이라는 시를 통해 우리게 많은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정채봉 시인은 처음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보라고 했습니다.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늘 기쁨으로 맞으라고도 했습니다. 공사(公私) 간에 이것을 지킨다면 큰 실수 없이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잘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첫 마음을 잊고 삽니다. 특히 자신이 고대하던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고대할 때 간절히 빌던 그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태도가 달라지지요. 사실 ‘처음’이라는 말처럼 가슴 떨리는 말이 또 있을까요? 생경함과 낯섦, 두근거림이 교차 되는 찰나의 단어, ‘처음’은 생성되는 그 순간부터 또 다른 몫을 향해 진행형..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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