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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최가람 기자의 문화수첩

사진 노트 – 2강. 보는 연습

by 이치저널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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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람 기자 choikaram88@naver.com

 

 

 줄 알아야 사진을 찍는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하나를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진은 소위 말해 “바구니에 담겨진 과일”과 같다.

사진 한 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라는 ‘바구니’가 필요하며, 제일 중요한 ‘과일’이 되는 “눈앞의 장면”이다.

 

 

“눈앞의 장면”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사람들이 “많이 찍어야 좋은 장면들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감히 답하건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답이다.

본 기자 역시 이를 귀담아 듣고, 카메라를 들며 거리를 다니며 무수한 사진들을 찍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바구니에 담을 것을 찾기 위해, 무작정 무거운 바구니를 들고 잡다하게 담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사진을 배우는 초창기에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에 대표적인 하나가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찍기보다 카메라를 들었으니 무조건 많이 찍어내자’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의미한다.

원래 주는 ‘내가 사진으로 가장 담고 싶은 장면을 찍는 것’인데, 수단으로서 ‘많이 찍는 행위’가 목적이 되는 강박증을 갖게 된다.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는 초점이 나가거나 셔터버튼을 누를 당시에는 몰랐는데 노출설정이 잘못되어 낭패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다양한 각도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시선에서 보고 많이 찍으라’는 뜻이다.

고로, 본 기자는 ‘처음부터 카메라를 들지 말고, 그냥 눈으로 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어떤 이는 “초심자에게 맨눈으로 무엇을 볼 줄 알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조언을 하냐”고 역정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분명히 말하지만 ‘구도’를 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위 ‘맨눈으로 보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보고 싶은 장면

2. 내가 보고 싶은 다른 이가 찍은 사진 (작품집, 전시 등)

3. 내가 담고 싶은 장면

*잠깐, 여기 ‘장면’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 물건이 놓여진 모습 등을 말한다.

 

이 세 가지를 보는 연습을 단지 눈으로, 스마트폰이든 카메라든 어느 것도 들지 말고, 맨몸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수행하면서 보여질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기 전에 무엇을 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의 사진을 찾게 된다.

셋째, 그 사진가와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넷째, 그 사진가와 같은 스타일을 닮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이야기에 앞서서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본래 이 이야기의 시작은 무엇이었는가?

“내가 가장 만들고 싶어하는 ‘멋진 사진’”이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닌가?

자신이 원하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선 ‘무엇을 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다음에 비로소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방법은 각자 맞는 방식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원래 사진에는 ‘정도(正道)’가 없다.

자신이 찾아 가는 길이 정답이 되는 것이 ‘사진’ 그 자체이고, 사진을 찍는 진정한 의미가 된다.

성격이 급하다면 한 번 눈 딱 감고 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인생에 있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맨 처음에는 주변의 것부터 아주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산책하듯이 탐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조바심을 부리지 말고 천천히 해봐야한다.

 

첫 걸음마부터 뛰는 아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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