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람 기자 choikaram88@naver.com
세계에서 가장 찬란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금’은 표현을 위한 수단, 즉 단순한 ‘미술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어진 그림이 있다. 한편으로는 조각과도 같은, 다른 한편으로는 회화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찬란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골드아트(Gold Art)의 창시자인 김일태 화가를 만났다.
골드아트
김일태 작가는 ‘골드아트(Gold Art)’라는 독창적인 화법을 창안해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화법에 필요한 미술학적 요소 5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가 회화이며, 그 다음이 명암, 조각, 부서화, 소묘를 반드시 익히고 마스터를 해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김일태 작가의 골드아트 작품은 회화를 기본 베이스로 두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입체적이며, 채색 재료가 실제 금이다.
캔버스 위로 밑그림을 그려 놓고, 그 위에 석고로 입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어 실제 금을 녹여 채색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무려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
김일태 작가에게 ‘금’은 표현을 위한 수단, 즉 단순한 ‘미술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금에 대해 작가는 “만약 ‘금’ 자체를 보통 사람들과 같이 ‘재물’로서 인식했다면,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감당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금’은 조도, 햇빛, 그리고 비 오는 날의 공기 등을 통해 약 8가지 색깔을 나타내는 매력적인 특징을 가졌습니다”라고 말한다.
“저의 작품은 그저 ‘금’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컬러화를 했을 뿐이지만, 단순히 ‘금’을 이용해 만들어낸 그림은 제게 어마어마한 ‘무기’가 되었지요. 제 작품은 한편으로는 자연의 빛을 신비롭고 다양하게 발산해내어 저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완성한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현 시대의 사람들이 가진 ‘허영심’의 극치를 찌르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작가는 아무리 금을 미술재료로 사용한다 해도, ‘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의미와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세계를 막론하고 ‘금’의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금’은 곧 ‘돈’이자 재물로 인식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심화가 되어 사람의 마음속에 ‘허영심’을 낳게 되는데, 김일태 작가는 그 ‘허영심’에 날카로운 창을 꽂듯이 뼈 있는 물음을 던진다.
“당신 눈에는 ‘금’ 밖에 들어오지 않는가?”
소통이 없는 미술은 죽은 미술
김일태 작가는 미술에 있어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소통이 없는 예술은 죽은 예술일 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말한 ‘금’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온 ‘허영심’은 여기에서도 나타나는데, 작가는 미술계에서 나타나는 트렌드(유행)에 대해서도 항시 인지해야 함을 인정하지만, 자신은 ‘추상’ 미술을 절대적으로 지양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 자신만 아는 무언가(소재 또는 주제)를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점, 선, 면 등으로 그려내는 행위 자체를 그림을 보는 독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로 간주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창고에 작품을 숨겨두고 가끔씩 자기만족을 위해 꺼내 보는 작품 소유자와 작가들의 이기적인 행위 역시 미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역설한다. 좋은 작품일수록 많은 이들이 국립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작품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미술’이라 말한다.
예술계는 ‘봐도 잘 알기 어려운 그림’을 나열해 놓고 여러 평론가들이 늘어 놓는 평에 그림 가격이 매겨지고 비싼 값에 팔리며, 해당 예술가는 그에 따라 유명세를 타게 되고, 그의 작품을 구매함으로 인해 작품 소유자들은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는 방식으로 비춰진다.
김일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때 구매자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신념과 노력, 시간이 모두 압축되어 탄생한 자식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내어준다.
그만큼 작가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 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금’이 아닌 작품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그의 작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확고한 신념만큼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보는 시각은 많이 달랐다. 그가 골드아트를 처음 선보였을 당시,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3가지로 요약되었다고 한다.
“저게 뭐야?”
“이거 전부 진짜 금이야?”
“이거 얼마야?”
재료가 순수 ‘금’이기 때문에 나오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 작가는 ‘금’을 다른 물감과 같이 자연적 색채를 재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며, 그걸 통해 나타내는 작품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으나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또 다른 재태크 수단"으로 봤다.
김일태 작가는 이러한 ‘허영심’의 극치를 찌르는 것이 자신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심' 중의 '물질적 욕구'를 자극하면서도, 함부로 자신의 작품을 소유하기 어렵게 하면서, '금'이라는 것 자체가 가진 자연적 색체에 주목하기보다 오로지 '물질적 부(富)'로서 보는 이들에게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독창성을 위한 노력
김일태 작가는 항상 작품에 희노애락을 담으며, 금뿐만 아니라, 여러 재료, 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표현해내려 노력한다.
“소통되지 못하는 작품은 죽은 작품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걸맞게 그는 그림을 보는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즉 ‘공통된 가치’를 찾아 소재로 활용한다. 특히, ‘사랑’을 주제로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친구와 일상, 어머니의 은혜로움, 헌신적 사랑의 아름다움을 주요하게 다루었고, 대표적인 작품으로 ‘장미’와 ‘돼지가족’ 등이 있다.
작가는 ‘사랑’을 포함하여 ‘희·노·애·락’을 주요 주제로 다루며 저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때론 전통적인 서양 회화의 그림을 그릴 때도 있고, 동양미를 담기 위해 동양화로 그리기도 하고, 흙이나 다른 재료들을 통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실험적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금이 아닌 황토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황토가 나타내는 투박한 색상에 매료되어 시도하였지만, 황토 자체가 점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쉽게도 쓰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금은 녹여서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과정을 수차례, 수개월을 반복해도 점착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났으며, 더 나아가 반영구적으로 색감을 유지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쉬워보일 수 있지만, 김일태 작가는 지금까지 이러한 제작 노하우를 얻기까지 무려 1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원래 조각가도 아니었고, 그저 서양 회화 전공 작가였기 때문에 다른 장르를 익히고 마스터하는 과정과 시간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어요. 본래 전공자보다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왜냐하면, 빨리 제가 생각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는 쉬운 것이 없습니다. 좋은 작품은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탄생 되어 가치를 인정받게 되지요. 반면에 제가 창안한 이 방법을 이어갈 후계가 없습니다. 방법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배워야 할 것이 5가지나 되니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후계를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만의 장르,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장르로서 앞으로도 남겨지리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집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한 헌신
김일태 작가는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헌신’을 강조한다. 이 ‘헌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작가는 ‘헌신’의 방향이 자기 자신에 향해야 하며, 타협없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만의 예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미술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 남들이 하지 않은 자기 자신만의 예술관을 완성하는데 힘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입시 때나 학교 과제로 만드는 그림은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기를 연마하는 것에 불과하며, 사회로 나와 미술 시장이라는 ‘실전’에서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헌신’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야 하며, 조금조차 자신을 소홀히 놓아두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금이 아닌 휴머니즘과 감동을 전하고자 하는 김일태 화가가 전하는 ‘사랑’과 ‘소통’, 그리고 ‘헌신’은 돈으로 주고도 절대 살 수 없는 우리가 찾고 있던 ‘오아시스’와 같은 ‘울림’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
광야로 나간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에 맞서며 말한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믿음의 굳건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이말은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사람은 살 수 없으며, ‘사랑’과 ‘소통(이해와 공감)’, 자신(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헌신’으로 산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을 보는 ‘방향성’을 달리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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