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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김기록의 역사기행이야기

낙동정맥의 구주령(九珠嶺)은 '구실령'이라 해야 한다

by 이치저널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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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걸 바로 잡자는데, 20여 년이 흐르도록 왜 방치하는 걸까?

 

 

 

 

 

백두대간의 한 지맥이 태백산에서 남으로 흐르며 학가산, 통고산, 일월산, 백암산 등 고봉준령을 솟아 올리니 소위 낙동정맥이다.

낙동정맥이 울진 평해의 넓은 바다에 연(沿)해서는 1만 그루의 소나무에 둘러싸인 월장호탕(月長浩蕩)의 관동8경 월송정(越松亭)이 고려 때부터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작가

 

이곳 평해의 풍부한 수산물은 낙동정맥의 험준한 고개를 넘어 영양 읍내로 공급되고, 팔도 제일의 영양 산나물과 수비고추는 울진으로 물물교환이 되었으니 그 역할은 보부상의 몫이었다.

보부상들이 무리 지어 넘나들던 험한 고개의 이름은 구슬령인데, 울진 사투리로 구실령이라 불리던 것을 평해의 촌로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구슬의 한자표기는 珠(구슬 주)이니 조선의 각종 사료엔 주령(珠嶺) 또는 주잠(珠岑)으로 표기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 이산해가 평해 기성으로 귀양을 와 몇 년을 머물면서 기성록을 썼는데 거기에 주령(珠嶺)을 언급하고 있다.

이산해의 부친 이지번도 주령을 넘어 평해에서 귀양생활을 했으니 부자가 모두 주령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엔 주잠(珠岑)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잠(岑)은 령(嶺)과 같은 의미이다.

그 외에도 연려실기술, 만기요람 등의 사료를 더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이 고개의 이름은 구실령 또는 주령임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1999년 울진군 온정면 청년회에서는 구실령 정상에 구주령(九珠嶺)이라 새긴 큼직한 바위를 세우고, 뒷면에는 고개가 아홉 개의 구슬을 꿰어놓은 형국이어서 구주령(九珠嶺)이라 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거야말로 아전인수격 엉터리 해설이요, 그 어디에도 없는 낙하산식 작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잘못된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5, 6년 전 울진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건의한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정정하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나 뿐 아니라 구주령(九珠嶺)이 잘못된 이름이라는데 동감하는 분들이 더러 있어 시정을 요구해도 이름 하나 고치는 게 그렇게 어려운지 울진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박미애
ⓒ박미애

 

과즉물탄개(過卽勿憚改)....

틀린걸 바로 잡자는데 20여년이 흐르도록 왜 방치하는 걸까?

지금이라도 아홉구(九)자를 삭제하고 주령(珠嶺) 또는 구슬령이나 구실령으로 바로잡아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게 고개마루 백암산이나 금장산 신령님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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