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과 억압의 시대를 뚫고, 잉크로 새겨진 항일의 역사가 처음으로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2024년 일본에서 극적으로 환수한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일제가 의병을 사로잡고 서신을 강탈하던 순간까지 생생히 기록해냈다. 그 옆에는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녹죽(綠竹)」이 힘차게 서 있으며, 대한제국 외교관 이범진의 외교일기 「미사일록」이 조용히 당시의 세계를 증언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유산청은 8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을 연다.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광복까지 시대별 항일 독립유산 11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태극기와 필사본, 외교문서와 사진, 독립운동가의 손때 묻은 자료까지,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숨결이 살아있는 항거의 기록이다.
이번 전시는 ‘자주구국의 유산’에서 시작해 ‘환국의 유산’으로 마무리되는 5부 구성으로, 독립의지를 드러낸 상징과 기록을 촘촘히 엮었다. 그중에서도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국내 사찰에서 발견된 최초의 일제강점기 태극기 원본으로, 불교계가 독립운동에 뛰어든 역사적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서영해가 파리에서 설립한 고려통신사의 외교 활동을 담은 자료,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독립을 호소하기 위해 만든 「한일관계사료집」도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이 특별전을 전국으로 확장했다. 부산 근현대역사관, 광주 역사민속박물관, 울산박물관, 목포근대역사관에 전시 부스를 설치해, 덕수궁을 찾기 어려운 시민들도 항일유산을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덕수궁 돈덕전 아카이브실에서 학술 세미나와 대중 강연이 이어지며, ‘항일독립운동과 문화유산’의 의미를 심도 깊게 풀어낼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목소리는 배우 차주영이 맡았다. 지난 5일 공개된 전시 소개 영상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도슨트는, 관람객이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빛을 담은 항일유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미래로의 약속이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펜과 칼, 신념을 들었던 이들의 숨결을 오늘의 공기 속으로 불러오는 자리다. 그 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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