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차별하는 한국 사회 속 빈곤 노인의 모습은 미래 청장년들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늙고 있다. 지난해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5,182만 2천 명 중 16.5%인 853만여 명에 달했다. 오는 2025년에는 이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로 나아갈수록 사회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에 부딪히게 된다. 노인 대부분은 무전(無錢) 장수, 유병(有病) 장수, 무업(無業) 장수, 독거(獨居) 장수 때문에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가족과 친척, 이웃과도 단절된 채 홀로 지내다 숨진 뒤 수주일 또는 수개월 지나 발견되는 안타까운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인구 위기의 경고를 무시한 채 태평스럽기만 하다.
65세 이상 상대 빈곤율은 43.8%로 OECD 국가 대비 12.5%보다 4배 가까이 높아 압도적인 1위로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노인 자살률도 세계 1위로써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문제는 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할 중요 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3%로 OECD 국가 평균 비율 15%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은퇴해도 은퇴가 아닌 것이다. 노후에 소득이 끊기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떨어져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은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노인 취업률은 전 세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다. 고령층이 신체적 건강이나 취업 의지에서 다른 나라보다 좋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65세 이상이 돼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은퇴하지 못하고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해야 하는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다른 나라 노인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더 가난하게 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노인 고용률은 높지만, 사실 지금 노인 일자리라는 게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이다. 취업률은 한국이 34.1%(2020)로 3명 중 1명이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 OECD 평균 14.7%의 2.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어 미국(18%), 캐나다(12.8%), 영국(10.5%), 독일(7.4%), 이탈리아(5%), 프랑스(3.35%) 순이다.
고령층의 높은 취업률은 저출산에 따른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할 만한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과 일본의 고령층은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취업 의지가 높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률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편이다.
또한, 노인 빈곤의 특징으로 ‘여성화’를 꼽을 수 있다. 65세 이상 여성 빈곤율은 65.1%로 같은 세대 남성 빈곤율(30.7%)의 2배 이상이다. 노년에 찾아오는 빈곤의 늪은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경력 단절 등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데다가 국민연금 가입 기간마저 짧아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남성은 생계 부양, 여성은 가사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고령층 여성들은 일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거나 서비스직 등 단순 반복 일자리만 전전한 경우가 많아 재취업 시장에서도 저임금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 문제가 일자리 부족인데 정부에서는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건강 문제가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노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노령연금과 같은 국가 차원에서의 제도적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적 연금제도의 획기적인 구조 개편이 없으면 앞으로 노인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또한 빈곤층으로 진입하게 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 준비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질 낮은 단기 노인 일자리만 쏟아내며 고령층의 적성과 경험을 살리는 질 좋은 일자리 대책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의 소득 개선을 통한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사회관계를 개선해 정서적 고립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월 27만 원을 받는 공익활동으로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치고 있어 일자리 질적 수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일터에서 일하다 죽는 노인 중대 재해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60~70대 노인들이 건설 현장 등에서 힘든 육체노동을 하다 산업재해로 숨져간다. 이들은 근력, 기억력, 판단력, 순발력 모두 떨어져 젊은 세대와 비교해 사고 위험에 자주 노출되고 사고가 생기면 중대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인 중대사고 산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수가 늘고 있어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벌어놓은 돈도, 자녀들이 지원해 주는 생활비도 없거나 많이 부족하다. 국가가 보장해 주는 노인복지도 많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또한 고용이 불안정하고 집값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고 있어 노후 준비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고령자를 차별하는 한국 사회 속 빈곤 노인의 모습은 미래 청장년들의 자화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지금 노인들의 빈곤 문제를 미래에 다가올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진지한 태도로 노후 준비에 임해야 한다.
'스토리마당 > 임춘식의 고령화 사회의 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 (0) | 2023.06.22 |
---|---|
준비 없이 죽으면 당황스럽잖아 (0) | 2022.10.01 |
75세 이상 되어야 노인 (0) | 2022.02.22 |
가장 행복을 느끼는 나이는? (0) | 2021.08.30 |
청춘 다 바쳐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젠 필요 없다고 학대까지… (0) | 2021.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