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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김무홍의 나를 찾아나서는 시간여행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시ㆍ공을 드나들다(2) - 성북동 뒷골목에 가려진 도성

by 이치저널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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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홍 gimmh54@daum.net

 

 

‘서울우수조망명소’로 알려진 와룡공원
삼청공원과 북악산 도시자연공원과 인접해 있는 곳으로 용龍이 길게 누워있는 형상

 

 

 

 

성북동 뒷골목에 가려진 도성

 

와룡공원

 

 

여정의 시작은 지하철 종각역이지만 출발은 마을버스에서 내려 감성에 젖게 되는 삼청공원부터이다. 백악산의 넉넉한 품에 안기다시피 아늑한 숲속을 올라 말바위안내소에 이르러 한양도성 걷기의 카운터가 작동한다. 말바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전해오는데, 이곳부터 경사가 급해지기 때문에 산에 오르기 전에 타고 온 말을 이 바위에 매어 두어 말馬바위가 되었다는 설에 공감이 간다.

말바위안내소는 한양도성의 출입을 관리하는 곳인데, 1968년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쳐들어오는 바람에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던 곳이다. 현재는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오히려 통제 대신 편익을 누리며 여정의 채비 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까닭은 없지만 시계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혜화문 쪽으로 향한다. 데크를 타고 월담하여 성곽 밖으로 나간다. 하늘과 나무 가릴 것 없이 죄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에 포위되다시피 한 숲 속의 정취에 빠진다. 물이 오를 대로 차오른 신록에서 뿜어져 나온 싱그러운 향기에 심신을 기대고 나무가 무성한 성곽을 끼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혜화문/한양도성박물관 제공

 

‘서울우수조망명소’로 알려진 와룡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공원에는 제철 만난 신록이 내려앉아 초록이 짙어가고 있다. 삼청공원과 북악산 도시자연공원과 인접해 있는 곳으로 용龍이 길게 누워있는 형상을 한 와룡공원은 인근 주민들이 수목을 조성하데 노력 품을 보태어 탐방객들과 함께 공간을 나눠 쓴다.

도시의 창문에는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차량 소음으로 귀에 날이 서지만 사방이 열러 있는 공원에는 가느다란 바람만 들랑거리고 나뭇잎들끼리 부며 대며 보이지 않은 소리로 잦아들 뿐이다.

성곽을 다시 빠져나가면 ‘서울한양도성’에서 예쁘게 소개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던 심우장과 ‘성북동 비둘기’를 지은 김광섭 시인의 집이 있다는 북정마을이 평온한 풍경으로 산자락에 걸터앉았다.

몇 번째 들랑날랑 인지도 모른 채 또다시 암문을 통해 성곽 안으로 들어선다. 야자 매트로 드리운 부드러운 길이 분위기를 띄우며 마을 어귀로 인도한다.

 

축대로 변한 성곽

 

곱게 이어지던 성곽이 예리한 칼로 벤 듯 동강이가 났다. 성곽을 차도가 횡단하면서 성곽의 일부를 도시의 기능으로 내주었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고 돌아 들어가니 실종되었던 도성의 기초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경신중·고등학교 담장 기초와 축대로 둔갑하였다. 사라진 도성은 다시 민가의 담장이나 축대의 밑돌로 자리를 틀었다. 안타까운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가까운 주변에서 띄엄띄엄 흔적으로 남아있다. 불확실한 언젠가 도성 복원 공사를 대비하여 희미한 가능성의 실마리가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우겨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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