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치면 길을 찾고, 천둥이 울면 귀를 뚫고, 우박이 쏟아지면 때를 씻는 용기를 내어보자.
번개가 번쩍하는 순간 번갯불의 온도는 섭씨 6천도가 넘는 태양의 외부 온도보다 훨씬 더 뜨거운 2만7천도 가량이고, 전압은 10억 볼트, 전류는 수만 암페어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번갯불에 콩을 볶으면 어찌 될까?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천둥은 번개를 내리쳐서 위엄을 보여주는가? 물고기는 지느러미로 물살 흔들어서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가? 사람들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아야만 정신을 차리는가?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잘하라고 호통을 치면 귀가 점점 멀어지는가? 어머니의 회초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길을 밝혀주는 번갯불을 만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태양은 검은 구름이 가려도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달은 하얀 안개에 묻힌다고 다정한 빛이 지워지지 않는다. 올곧은 소나무는 울긋불긋 단풍잎이 춤춘다고 푸른 절개가 꺾이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난세라 하여 혜안(慧眼)을 잃지 않는다. 국민들이 불평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들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들을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고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어둠으로 달빛을 가리려 하면 달빛만 더욱더 빛나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어렸을 적 도시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자취를 했었다. 장마철에 집안에 아주 위급한 일이 생겨 차편도 끊기고 인적도 끊어진 오밤중에 시골 고향 집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좁은 시골길을 어두움과 길동무하며 걸어갔었다. 길옆 풀밭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올라오면 온몸의 털들은 고슴도치같이 삐죽 솟고 덜컹거리는 심장은 그대로 멈추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 흔한 반딧불조차 사나흘 길게 내린 빗줄기를 피해 모두 숨어버렸기에 초긴장 상태로 조심조심 길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갔었다.
아뿔싸! 항상 다니던 길이 불어난 강물에 잠기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길이 끊겨버렸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되돌아갈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이 울고 번갯불이 하늘을 쩍 갈랐다. 오싹하게 소름이 돋고 바싹하게 오금이 저려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이를 어쩌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이때 다시 한번 번개가 쳤다. 그 순간 산등성이 밑으로 걸어갈 만한 길이 보였다. 덕분에 번득이는 안도감이 밀려왔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운 짓 안 했으니 무슨 안 좋은 일이야 생기겠느냐 하는 믿음으로 그 산등성이 길에 올라탔다. 눈을 감고 그 길을 가늠해보면서 한발 두발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 수위가 낮아지고 전에 다녔던 익숙한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천둥소리에 용기를 내고 번갯불에 정신을 차려 무사히 고향 집에 도착했었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회초리에 짜릿한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번개가 치니 문득 길이 보였다. 이는 회초리의 아픔이나 번갯불의 두려움이 아닌 따끈한 가르침과 번쩍이는 빛으로 나의 앞길을 열어주는 길잡이였음을 깨달았다.
‘나도 그 생각을 했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하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그것을 생각하고 곧바로 실행한 사람은 그래도 무언가를 이루어낸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칠 때 그 두려움에 주저앉고 포기해버린다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회초리의 아픔만 생각하고 깨달음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빈손일 뿐이다. 국민들의 꾸지람을 한 갓 잔소리로 치부해 버린다면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분기점은 바로 인정과 실행이 있고 없음으로 나뉜다. 번개가 치면 길을 찾고, 천둥이 울면 귀를 뚫고, 우박이 쏟아지면 때를 씻는 용기를 내어보자. 번개가 칠 때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지혜를, 회초리를 맞을 때마다 한 가닥 깨달음을 얻고 실천해보자. 꿈을 꾸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고구마를 맛있는 회로도 먹을 수 있다고 관점을 바꾸어 본다면 우리들이 바라는 그런 고운 날은 곧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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