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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꼼수는 외통수를 부른다!

by 이치저널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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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나를 낮게, 상대를 낫게 생각하면 삶이 편안하다

 

 

코로나 19로 외출이 줄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바둑, 장기, 오목 등의 온라인 게임을 자주 하게 된다. 바둑을 두면서 인생살이에 필요한 지혜를 깨닫는 경우가 참 많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면 천리안을 가졌느니 혜안을 가졌느니 하지만 정수는 결국 정석과 원칙, 상식과 순리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박미애

 

꼼수(쩨쩨한 방법이나 수단을 동원하는 비정상적인 수)를 통해 몇 번 재미를 본 사람은 꼼수가 정수 인양 매번 꼼수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꼼수는 정수가 아니라서 꼬리가 길면 잡히거나 밟힌다. 어쩌다가 한두 번은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그 꼼수를 되치기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면 곧바로 외통수(checkmate, 체스나 장기에서 여러 가지의 장군 중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형태의 수)에 걸리고 만다.

잘난 정치인이 삼척동자(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하는 사람)를 한 번쯤은 속일 수 있을지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을 매번 속일 수는 없다. 바둑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면 웬만해서는 죽지 않고 결코 질 수도 없다. 연결을 해야 하는 요석과 버림 돌로 이용되는 폐석도 있지만 살아있는 돌을 함부로 버리면 남은 돌들이 위험해진다. 사람들도 든든한 연결고리가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연결되어 있어야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하나이면서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중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면 결코 이길 수 없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초가을 미꾸라지들이 물길 따라 웅덩이 속으로 모여들 듯 수만 가지의 빅데이터(Big Data)를 끌어모으고, 빨랫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대중들의 뇌를 컴퓨터로 연결하는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간 혼자서는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알파고의 출현으로 증명되었다. 외발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두발자전거가 더 편하고 두발자전거보다 세발자전거가 더 안정감이 있는 것처럼 다수가 모여서 하는 행동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들의 행동은 원칙이 되고 정의가 되며 그들의 생각은 곧 정답이 된다. 대중이 모이면 모르는 것이 없다. 대중은 구만리 밖 기상천외의 수도 내다볼 수 있는 최고의 고수인 것이다.

달리기하다 스텝이 꼬이면 넘어진다. 요리하는 순서가 뒤바뀌면 맛깔스런 음식도 제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수순(手順)이 바뀌면 사활(死活)이 걸린 곳이나 정석을 펼치는 과정, 수상전 등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동일한 형태에서도 수순의 잘잘못에 따라 묘수가 되고 악수가 되기도 한다. 성급한 탐욕으로 상대를 속이려 하고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 할 때 정수가 아닌 꼼수를 찾는다. 그러면서 그 꼼수에 상대가 속아 넘어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꼼수로 인하여 종국에는 큰 손해를 당하게 된다.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간에도 정도가 행해지지 않고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면 몰염치한 행위가 늘어나게 된다. 성을 쌓고 남은 돌들을 제자리에 정리해두지 않으면 쓸모가 없게 되고 버리기에도 부담이 되는 것처럼, 피다 만 담배꽁초를 휴지통이 아닌 길가에 툭 던지고 발로 비벼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이 보기에도 흉한 것처럼 꼼수도 그렇다. 선수와 후수를 모른다거나 정수가 아닌 묘수를 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한 번쯤은 꼭 이겨보려고 필살기의 맥점(脈點)이나 외통수를 찾고 그래도 안 되면 얼토당토않은 꼼수를 찾는다.

기발한 묘수(妙手)는 때론 자충수(自充手, 스스로 행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수)가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묘수(墓隧, 무덤으로 통하는 길)가 될 수도 있다. 상대방을 열 받게 하는 얄미운 수를 두다가 상대가 버럭 화를 낸다든가 뒤집기의 수로 반격을 해오면 머쓱해진다.

죽을 곳에 살 꾀가 있듯, 상대가 죽기 살기로 대들면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게임에서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오만방자한 마음과 설마 이 꼼수를 어찌 알아차릴 수 있겠어 하는 상대를 얕보는 마음이 앞서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물이 터져 다 잡은 물고기가 도망가면 마음이 허망하고, 덕장이 무너져 잘 마른 황태가 파태가 되면 억장도 함께 무너진다. 정수는 올바른 상식이고 원칙이며 정석은 튼튼한 그물이고 덕장이다. 거미도 벌레를 잡기 위해서 정석의 거미줄을 친다. 콩나물이 뿌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폼나는 변칙 수나 뇌를 쥐 나게 하는 번뜩이는 꼼수는 버리자. 나를 낮게, 상대를 낫게 생각하면 삶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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