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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당신의 입, 말할 수 있나요?

by 이치저널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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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똑똑똑! 그대 마음도 안녕하신가?

 

 

 

스마트폰에 의해 조종되는 사람은 로봇인가 사람인가? 저는 스마트폰에 조종되는 사람을 ‘스마트 봇’이라 정의하고 싶다. 나를 대리하여 생각하게 하고, 나를 대리하여 느끼게 하면서 스스로 스마트 맹(盲)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 맹은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는가?

어느 조사에 의하면 최소 6분 30초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고 한다. 요즘에는 손에서 떼어 놓지 못하고, 심지어 24시간 로그인 상태로 지낸다. ‘디지털 격리 증후군’이 심해져서 마주 보며 하는 대화는 서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하는 대화는 익숙하다.

식구라 함은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 정의하지만 요즘에는 식탁에서도 밥을 먹는지 스마트폰을 먹는지 알 수 없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은 구시대 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갓난아이는 엄마만 바라보고 엄마는 스마트폰에만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엄마는 ‘마음의 눈’을 어디에 숨겼을까? 엄마와 아이는 언제쯤 ‘사랑의 눈’을 마주 칠까 아주 궁금할 따름이다.

TV에 취하면 바보가 된다고 하였으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벙어리가 되는 것일까? 엄지손가락만이 열심히 대화를 한다. 사색은 멀고 검색은 가깝다. 요즘 ‘SNS’는 얼굴 보이지 않는다고 오만불손(傲慢不遜) 교만방자(驕慢放恣)가 난무(亂舞)한다.

 

ⓒ 박미애
 
 
 

부정확한 정보를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시키는 ‘인포데믹스(infodemics)’,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여 부작용을 크게 일으키는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행위를 유발시키는 ‘인터넷트롤링(internet trolling)’, 나만 소외될까 하는 불안감이나 유행에 뒤쳐질까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포모신드롬(fomo syndrome)’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진동은 ‘그리움의 떨림’이라 하지만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초조해 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스마트폰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마치 울리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팬텀 바이브레이션 신드롬( phantom vibration syndrome)’도 심해지고 있다. 병적인 현상이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나 혼자 하면 이상하고, 나 혼자 안 하면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고 불안해하면서 막상 한곳에 모이면 서로 불편해하고 함께 노는 게 익숙하지 않아 또다시 각자 노는데 익숙해지는 사람들, 이들은 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귀차니스트’인가 아니면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매우 이기적인 ‘사스퍼거’인가? 혼자 노는데 길들여지고 혼자 노는 로봇이 되어가고 있다.

24시간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30대 이하 세대는 SNS 이용률이 80% 이상이라 한다. 접속을 통한 상호연계를 강화하고, 공유 공간을 뛰어넘어 사회적 관계를 형성. 유지한다고 하지만 ‘존중받지 못하는 프라이버시’와 ‘의존적 신경장애’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기계처럼 기계는 사람처럼, 말은 하면서도 대화는 하지 않는다. 정말 소중한 것은 잊어버렸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다이어트’를 통해 따뜻한 마음, 다정한 눈빛이 통하게 해야 한다. 물이 마르면 목이 타고 말이 마르면 애가 탄다.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당신의 입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나에게 ‘야 너는 네 얼굴을 깨작깨작 떼어먹고 사냐?’라고 비수를 찌르면 아무리 떨림 없는 스마트폰이라도 벌떡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따뜻한 마음의 대화가 필요하다. 활짝 피어 있는 꽃이 나를 보고 웃는데 내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면 꽃의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을까요? 맑은 영혼이 살고 싶은 마음의 공간을 지키자. 기다릴 수 없는 것은 바쁜 마음이지만 마음속 주인은 수시로 바뀐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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