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란교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는 좁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그만큼 작아 보이고 온 우주를 품을 만큼 큰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만큼 넓게 보일 것이다.
지난 가을, 안양천 길을 걷다 유난히 등 굽은 해바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누가 줄기를 부러뜨렸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다. 최근 웃음으로 밝고 환한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으로 무리 지어 사는 동식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혈연은 절대 뿌리칠 수 없다’는 것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동족 보존 본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동족을 도우면 나와 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잘 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동족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나’ 혼자만의 생존이 아닌 구성원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는 것이다.
‘기러기’가 V자 형태로 날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앞에서 이끄는 기러기가 뒤에 따라오는 동료를 위해 상승기류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혼자 나는 것보다 71% 정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미어캣(Meerkat)’은 30여 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데 천적인 맹금류를 경계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경계를 선다. 그리고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성숙한 암컷들은 모두 유선이 발달하여 함께 젖을 먹인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공동체 생활을 지혜롭게 하고 있다. 암컷 ‘일개미와 일벌’은 알을 낳지 않지만, 여왕개미와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자신이 알을 낳은 것처럼 열심히 보살핀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묻어 놓은 장소를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다람쥐를 위해 계속해서 묻는다. 이는 동족을 보존하기 위한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들이다.
식물 중에서 ‘서양갯냉이’는 생면부지의 식물이 옆에 있으면 뿌리를 양껏 뻗지만, 동족이 옆에 있으면 내 동족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공간을 양보한다. 십자화과의 두해살이 풀인 ‘애기장대’는 동족이 옆에 있으면 상대에게 그늘이 지지 않도록 잎이 자라는 방향을 바꾸고, ‘해바라기’는 동족에게 햇빛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 곧은 줄기가 옆으로 어긋나게 자란다고 한다. 이처럼 동식물도 동족을 위해서 공간도 양보하고 햇빛도 양보하고 영양분도 양보한다는 사실은 ‘나’만 챙기는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회전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나’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상대방을 보면서 그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베푼 덕분이라 생각한다.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를 생각하였기에 아름다운 마음으로 양보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예쁜 마음도 가지고 있지만 이로움을 보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호리성(好利性)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잇속만 더 챙기려 한다.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고 힘들면서도 한자리에 모이면 그것 또한 불편해하면서 혼자 즐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사람들, ‘검색은 가깝고 사색은 멀다‘는 사람들, 입은 있으나 말은 안 하고 귀는 있으나 듣지 못하고 결국 손으로만 말을 하는 사람들, 어울림을 잊고 사는 사람들, 말이 마르니 인정(人情)도 마른다. 스마트폰에 의해 조종되면서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로봇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는 좁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그만큼 작아 보이고 온 우주를 품을 만큼 큰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만큼 넓게 보일 것이다. 보이는 게 작으면 생각도 줄어들고 마음도 비좁아진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된다. ‘나’ 혼자 잘살면 된다가 아닌 서로 아껴주고 도와주고 토닥여주는 ’우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보자. 함께 가자고 손잡아주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사랑 덕분에 행복하였다면 그들에게 감사하자 ’등 굽은 해바라기가 나를 보고 미소 짓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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