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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송란교의 행복사냥

오늘이라는 시간과 사이좋게 보냈나요?

by 이치저널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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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까만 밤 툴툴 털어내고 하얀 이불 훌훌 걷어내고 잠에서 깨어나 새날의 아침을 선물로 받는다.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하루살이의 삶이 아니기에 우리들은 모두 오늘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게 된다. 날마다 갈망해왔던 아름다운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선물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무조건 기분이 좋아야 한다. 지나온 삶이나 내일의 삶이 모두 기쁨이고 선물이면 좋겠다.

상쾌하게 시작하는 오늘의 삶 속에서 제법 쏠쏠한 재미를 찾고 느껴보려 한다. 새끼줄을 길게 꼬려면 볏짚을 손바닥으로 비비면서 다른 볏짚을 이어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야 끊어지지 않고 준비한 볏짚만큼 이어갈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어제의 추억에 오늘의 즐거움을 잇대어야 아름다운 흔적들이 기다란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리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엮다 보면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도 시시때때로 다를 것이다. 즐겁고 기분 좋은 뽀송뽀송한 느낌, 왠지 불편하고 싫은 질퍽거리는 느낌,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달달한 느낌, 빨리 털어내고 잊어버리고 싶은 씁쓸한 느낌 등등.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마주할 때도 느낌은 제각각이다. 항상 꽃길을 걷는 것처럼 즐겁고 향기 나는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시궁창의 고린내 나는 것처럼 슬프고 고약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다. 느낌의 다름, 생각의 다름, 바라봄의 다름, 환경의 다름 등이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은 반드시 생긴다. 삶의 고통이 너무 힘들어 눈을 뜨면서 아직 살아있음에 화가 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훨씬 더 고마운 것이다.

 

ⓒ 박미애
 

창문을 열고 밤새 안녕하셨냐고 안부를 물어주는 까치를 만나보라. 그러면 기다리던 소식이 찾아올까 하는 기대감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뽀드득 소리 나게 설거지를 끝낸 듯 파란 하늘을 마주하면 편안한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변비가 심해 며칠 동안 힘들어하다 시원하게 해소하였을 때는 날아갈 듯 상쾌함을 느낀다. 밤새 여기저기 쑤시던 통증들이 아침 햇살에 모두 떠나갔을 때는 기분이 더 통쾌하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아이들이 반갑다고 인사를 할 때,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뛰어가는데 건널목 신호등이 녹색등으로 바뀔 때,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가는데 버스가 출발하지 않고 기다려 줄 때,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이 막 다가왔을 때, 20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막 도착했을 때, 필요한 물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때 왠지 기분이 좋다.

산을 오르면서 얼마나 남았을까 하고 머리를 들어보니 정상이 바로 코앞일 때 나도 몰래 야호를 외친다. 향기 나는 꽃들로 단장된 꽃길을 걷는데 노랑나비가 따라오고 하천 길 지나는데 잉어들이 따라오면 그냥 싱글벙글한다. 막차가 끊긴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을 때, 우산 없이 나갔다가 집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질 때, 고속도로에서 나의 차선은 막힘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데 반대편은 꽉꽉 막혀서 거북이처럼 기어가고 있을 때, 서랍을 정리하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 오래 된 차를 수리하러 정비소에 갔는데 생각보다 수리비가 적게 나올 때, 일방통행 길을 잘못 들었는데 마주 오는 차가 빵빵거리지 않고 길을 양보해줄 때 참 고맙고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유모차에 누워 있는 갓난아이와 마주쳤는데 그 아이가 울지 않고 웃어줄 때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깜박 졸고 있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챘을 때, 바지를 안팎으로 뒤집어 입고 외출했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을 때는 참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한다. 살면서 마주하는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기분이 좋고 나쁨은 마음 한 장, 깻잎 한 장 차이 아닌가요? 바람이 쉬어가는 언덕에 기대어 봄 햇살로 지친 몸을 지지면서 삶이 생각보다 싱겁다고 소금을 찾고 있지는 않는가요? 오늘이라는 시간과 사이좋게 보냈는지 돌아보고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에게 기분 좋은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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