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쏙 빼놓고 옹기종기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을 질근질근 씹으며 험담하는 소리가 들리면 온통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들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서 자신을 흉보는 녀석에게 곱빼기로 되갚아 주려는 심보가 발동한다. 그래서 그 녀석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려주려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더 과장되게 떠벌리려 한다.
배신자들이 흘려놓은 쓰레기 같은 흠들을 들춰내어 반짝이는 보석으로 둔갑을 시키고 값비싼 물건인 듯 시장의 좌판에 줄레줄레 늘어놓는다. 남들의 흉이나 흠을 잘게 쪼개면 보이지 않고 바람이 불면 날아갈 일인데 자꾸만 암 덩어리 키우듯 이리 굴리고 저리 돌려서 돌이킬 수 없는 수모를 안기려 한다. 권력과 힘은 대중에게 나누어지고 쪼개져야 좋고, 민심과 덕은 이웃에게 합쳐지고 베풀어지면 좋은 것이라 하는 데 남들의 약점을 더 크게 떠벌리고 더 많이 까발리기에 열심이다.
힘이 약하거나 허점을 보이는 사람을 무자비하게 무시하고 짓뭉개기에 너도나도 앞장선다. 희망을 보면 키우고 솟아나게 하고 절망을 보면 누르고 드러눕게 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하려는 유혹이 훨씬 더 강한 가 보다. 예쁜 녀석 마음에 들면 떡 하나 더 주고 미운 녀석 마음에 들지 않으면 뺨 한 대 더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야 사람이니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거부하기 힘들고 거절하기 어려운 그 참을 수 없는 유혹들에 너무나도 가볍게 빠져든다.
항상 이기는 팀과 한 편이 되고 싶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푹신한 침대에 누이고 싶다. 계단으로 올라가려 하다가도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을 때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걸어가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가 눈앞에 멈추어 서면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주저 없이 올라탄다. 어지간히 늦은 퇴근길에 빵굼터에서 들려오는 배고픈 냄새가 코를 찌를 때 어쩔 수 없이 군침을 흘리며 빵을 챙긴다. 아는 것이 차고 넘치는데 남들이 잘 모른다고 판단되면 큰 소리로 아는 체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못 참는다. 싸구려 입으로 싸구려 품격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골키퍼가 버젓이 서 있는 데도 골문이 보인다고 우기며 슈팅을 제멋대로 한다. 그 옆에서 공을 기다리는 동료는 전혀 보지 않는다. 그렇고 나서 골키퍼 보고 큰소리를 친다. 왜 그 골을 막았느냐고! 길이 있으면 끝까지 가보고 싶고 향기 나는 사람과는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심한 스트레스는 폭음을 부르고 적당한 배고픔은 폭식을 부른다. 주식계좌에서 예수금이 남아 있으면 주식을 사려하고, 남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하면 그 종목을 사려고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완장을 차면 아무에게나 뽐내며 휘두르고 싶어 한다. 불리한 증거는 게 눈 감추듯, 번갯불에 콩 볶듯 잽싸게 빼돌린다. 박이후구(薄耳厚口, 귀가 얇아져 남의 말 듣기 싫어하고 내 말만 쏟아내는 것)에 길들여지고 있다.
무병장수의 불로초를 발견한다면 나도 몰래 손이 나갈 것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그런 유혹에 넘어간다고 누가 뭐라 나무랄 것이 없다. 욕망과 선(善)이 결합하면 희망의 싹이 움트지만 욕망과 악(惡)이 분별없이 야합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급기야 다른 사람의 욕망을 짓밟는다.
탐욕의 골짜기로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행동은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고 상처도 깊어진다. 욕심이 많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아지는 것은 세상 불변의 이치다. 개구리가 되면 올챙이 시절에 했던 말들은 모두 잊어야 한다. 어제 했던 말은 오늘이 되면 잊어야 하고 내일이 되면 그 뜻을 정반대로 해석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나랏말 사전에 기록한 뜻이 잉크가 체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뜻을 얹어야 하는가 보다.
청개구리가 날뛰니 남들을 속이고 얕보려는 습성이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도지고 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거짓말을 서슴없이 내질러놓고 남들에게 뒤집어씌우는 못된 버릇은 가르치지 않아도 너무나 빨리 배운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에서 ‘인간은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참으면 재미가 없고 저지르면 흥분이 몰려오니 참을 수 없는 그 유혹의 늪으로 계속 빠져든다.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고 그 친절한 익숙함에 빠져든다. 인색함은 낙엽처럼 쌓이고 관대함은 뱃고동을 울리며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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