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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임춘식의 고령화 사회의 도전

‘늙음’은 결코 ‘낡음’이 아니다.

by 이치저널 202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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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에이징을 외칠 것이 아니라 러브 에이징(Love-Aging)을 따르는 것이 순리

 

 

‘아이고 야’ 앉아있다 일어설 때 자신도 모르게 이 소리가 나오면 나이를 먹었다는 신호라고 한다. 사실 60줄이 넘어서면 골다공증과 같이 뼈의 노화(aging) 현상이 신체 곳곳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자세를 바꿀 때마다 기괴한 신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말 그대로 늙고 있는 현상이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면서 노화는 지구촌의 화두가 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노화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 우리 한국 사회에도 안티 에이징(Anti-Aging)이나 헬시 에이징(healthy-Aging) 열풍이 광범위하게 불고 있을지라도 마냥 노화 방지한들 세월의 발자취는 막을 순 없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 최상의 건강관리를 받던 왕의 평균 수명은 46세이고 일반인은 1940년대 45세이며, 1960년대 52.4세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무려 84세가 되었다. 갑자기 첨단 현대 의학 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 인간의 수명은 반세기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래 살고 있지만, 지금의 60대가 과거 30대의 체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이제 노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때이다. 안티 에이징이 상술을 타고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고령사회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주름 방지 화장품의 개발과 출시가 지속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노년층을 위한 의료ㆍ건강보조식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다이어트 열풍도 젊은이들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노화 방지는 인간의 필수 조건이다.

 

노화 방지는 자기 삶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늙음의 속도를 늦출 뿐 이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노화 방지와 동시에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늙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노화 방지 못지않게 품위 있게 나이를 먹는 건강한 노화를 강조한다.

나이 든 현자 중 아무도 노년기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단언하지 않았다. 나이 들고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나이를 거스르는 안티 에이징을 외칠 것이 아니라 러브 에이징(Love-Aging)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노화를 거스를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러브 에이징의 첫걸음은 노화로 인한 심신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노화는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노인이 되면 ‘지금도 건강은 젊은이 못지않다’라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파악하고 그것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노화는 장수에 동반되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이 아플 땐 장수의 자연스러운 대가로 생각하고 관리법을 익혀야 한다. ‘죽을 때까지 안 아프고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불로초를 찾는 진시황의 과욕과 다르지 않다. 러브 에이징을 위해선 뇌의 변화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다. 흔히 노인이 되면 학습 능력이나 기억력은 떨어져도 성격은 온화해진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노화된 뇌세포는 생각의 유연성ㆍ응용력ㆍ추상력 등을 줄여 매사를 자기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게 한다.

물론 노인이 된다고 해서 누구나 인격이 퇴보하고 완고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기 언행은 젊을 때 인격이 누적되어 표현될 뿐, 없던 성격이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치매 환자에게서도 나타나 ‘착한 치매’ ‘나쁜 치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자신을 내세울 유일한 방법이 소유(得)라 생각해 물욕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한창인 시절에 존경받던 일부 명사가 노인이 되면서 세간의 비난도 불사하고 돈ㆍ권력ㆍ명예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러브 에이징은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해 노인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고민해야 할 삶의 지혜이자 전략이다. 평생 청춘으로 살 방법도 없고, 노인 따로 청년 따로 살 수도 없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과 더불어 좋은 인격과 지혜를 갖춰 사랑으로 교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늙음’은 결코 ‘낡음’이 아니다. 새로 찾아오는 황혼의 멋진 인생을 생각하자. 젊은 시절에 의미를 두었던 것들에 이별을 고하고 노년에 맞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나이를 먹는 것은 재앙이 아니며 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과 영혼의 관리도 더불어 해야 한다. 죽음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과 오래 살아서 젊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대립한다. 하지만 이왕 산다면 노화 방지를 거쳐 건강한 노화를 넘어 사랑(봉사)의 에이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어떠할까?

​인생무상은 인생이 ‘허망’한 게 아니라 ‘항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변화의 과정에 인생이 있다는 거다. 인생이란 결국 변화다.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인간은 소리치며 미쳐 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인생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노년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갑자기 꺼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서서히 준비해 가면서 적응해 나가면 된다.

사람은 나이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거기엔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연령대엔 거기에 걸맞은 생각과 생활양식이 있게 마련이다. 10대가 80대처럼 사는 일도 없거니와 80대가 10대처럼 사는 일도 없는 일이다. 물론 ‘70 청년이 있는가 하면 30 노인도 있다.’ 그건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늙음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40년 이상을 노인 행세하며 살기에는 억울한 현실이다. 건강한 노화(healthy-aging)를 외치기보다는 사랑받는 노년, 축복의 인생 100세를 위한 ‘사랑의 노화(Love-Aging)’의 삶을 살아야 한다.

노인이 되면 ‘지금도 건강은 젊은이 못지않다’라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사랑과 베풂이 없는 인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욕을 버리고 인생 후반기 30~40년을 존경받는 사회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노욕을 부리면서 추하고 외롭게 살 것인가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이왕이면 노년을 베풀고 사랑받는 사회인으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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