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일을 너는 좋아하지 않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내가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네가 좋아하는 것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마라 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라고 강요한다면 어찌 될까? 이해(理解)와 존중(尊重)과 화목(和睦) 보다는 비난과 다툼과 헤어짐이 발생하지 않을까?
공자(孔子)는 일찍이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논어, 위령공편) 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마땅히 하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굽실거리고 싶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굽실거리는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하듯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다른 사람의 인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기욕달이달인(己欲達而達人), 자신이 출세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출세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며, 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 자신이 입신(立身)을 바라면 다른 사람도 입신하도록 해주어야 한다(옹야편)고도 하였다.
중국의 정치사상가 관중(管仲)은 백성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욕(四欲)으로 일락.부귀.존안.생육(佚樂,富貴,存安,生育), 싫어하는 것은 사오(四惡)로 우로.빈천.위추.멸절(憂勞, 貧賤,危墜,滅絶)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것을 잘 지켜내면 사유(四維:예의염치,禮,義,廉,恥)가 바로설 수 있다고 하였다.
<관자> ‘목민’편에서 政之所興在順民心, 政之所廢在逆民心. 民惡憂勞, 我佚樂之; 民惡貧賤, 我富貴之; 民惡危墜, 我存安之; 民惡滅絶, 我生育之. … 故從其四欲, 則遠自親; 行其四惡, 則近者叛之. 故知予之爲取者, 政之寶也.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피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 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 백성은 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한다. 백성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줘야 한다. 백성은 후사가 끊기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이 후손을 낳고 잘 가르치도록 해줘야 한다. ...백성이 원하는 네 가지 욕망을 채워주면 멀어진 사람도 저절로 가까워진다. 백성이 싫어하는 네 가지를 실행하면 가까운 사람도 배반한다.
그러므로 백성에게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보배다)라고 하였다. 관중은 또한 백성들은 ‘사욕’을 기대할 수 있으면 ‘사오’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행한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베풀고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순서일 텐데 요즘에는 자꾸 그 순서를 망각하고 사는 날이 많아진다. 나의 텅 빈뱃속을 이 세상 누가 채워 줄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한다. 내가 내 속을 채워주지 못하는데 누구의 뱃속을 채워줄 수 있단 말인가?
반백년을 넘게 살아왔음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아직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인들 나를 어찌 알겠는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것은 결국 관심으로 되돌아간다.
그 사람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 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레 짐작, 내 생각대로 내 맘대로 넘겨짚으면 대부분 정답이 아닌 틀린 답을 고르게 된다. 그래서 해주고도 욕을 먹고 도와주고도 좋은 소릴 못 듣는 것은 아닐까.
결국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려면 관심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그런 사람, 볼수록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지금 아낌없이 베풀어라. 그리고 사흘 동안 굶주린 매의 눈으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라.
참새는 하늘과 친하게 지내고 물고기는 물과 친하게 지내고 노랑나비는 예쁜 꽃과 친하게 지낸다. 그들은 왜 친하게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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