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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승해의 바람과 별 이야기

똥개

by 이치저널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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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누렁이는 똥을 먹어서 인지

누런 털이 수북하다

안동 장날 주인 남자의 눈에 들어서

화성 용두리까지 팔려왔다

 

 

쓰려져가는 기와집 축대

앞에 머리를 꼬고 엎드려

제집인지 남의 집인지 모르고

낮잠을 즐기던 누렁이

 

 

이쁘다고 목덜미 를 쓰다듬으면

주인의 발밑에 비스듬히 누워

발바닥을 핥기도 했다

 

 

어른들 똥을 주면 먹지않고

아가 똥만 먹었다 그래서인지

아기똥만 바라보면 늘 노랗게 웃는다

 

 

어느 날 부자집에서 얻어 온 비계덩어리를 억지로

먹였더니 설사를 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누렁이 시체 위에 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나폴나폴 춤을 추고

 

 

주인은 눈물을 찔금이며

아가똥을 먹게 그냥 둘걸

하늘 보며 한탄했다

 

 

누렁이가 먹던 밥그릇에

아가똥 냄새만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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