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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차용국의 걷기여행 이야기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 가평 연인산행

by 이치저널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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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국chaykjh@naver.com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 가평 연인산행

가평역에서 백둔리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당차게 저항하는 열기를 뿌리치며 가평천을 거슬러 달려간다. 연인교를 건너 빨갛게 익어가는 백둔리 사과밭을 지나 싱그러운 계곡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여기서 길을 선택해야 한다. 소망능선과 장수능선 중에서.

장수능선을 오른다. 임도 길가에는 단풍나무가 짙은 그늘을 천막처럼 펼치고 햇볕을 막아준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진달래꽃으로 덮여있는 오솔길이다. 마치 꽃터널 속을 걷는 것과 같다. 진달래꽃 속을 걷는 이 기분, 그 누가 알아주랴만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이름도 정다워라 연인산! 연분홍 진달래꽃, 싸리나무꽃, 반듯하게 쭉 뻗어 오른 잣나무 사이로 난 숲길은 세상사 각박함도 야박함도 잊게 한다. 늘 넉넉하고 후덕하게 물을 품고 사는 육산의 능선은 촉촉하게 젖어있다. 그래서 연인산에서 발원한 용추계곡은 사시사철 마르는 법이 없나 보다. 속 깊은 산은 물을 오래 품고, 쉼 없이 계곡에 물을 보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소리는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하다.

연인산은 '사랑과 소망이 루어지는 곳'이라고 정상(1068m) 표지석이 알려준다. 사람들은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사진을 찍을 때면, 이 글이 보이도록 돌 옆에 선다. 연인처럼. 원래 이 산은 우목봉, 월출봉으로 불렸는데, 가평군이 산 이름 개명을 공모하여 1999년부터 연인산으로 바꿔 불렀다. 이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나름 이유와 전설을 가지고 있다. 산이 전하고 있는 길수와 소정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그것이다. 연인산은 비록 개명된 이름이지만 이들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결국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산 이름에 담겨 영원이 되었다. 사랑이여 영원하라!

길수는 김참판댁 소정을 사랑했다. 김참판은 조 백가마를 가져오면 소정과 혼인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길수는 연인산에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홉 마지기의 밭을 일구고 조를 심었다. 아홉 마지기 땅에서 조를 거두면 백가마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드디어 조 수확일이 다가왔다. 길수는 부푼 마음에 김참판댁으로 소정을 찾아갔다. 그런데 김참판은 소정이 길수를 기다리다가 죽은 지 오래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절망한 길수는 아홉 마지기 조밭으로 가서 불로 태우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놓고 불속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길수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은 소정은 아홉 마지기 밭으로 길수를 찾아갔지만, 길수의 신발만을 확인한다. 절망한 소정도 불타는 조밭으로 들어가 죽었다. 그 뒤로 두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던 자리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철쭉꽃과 얼레지꽃이 피었다고 한다. 길수와 소정의 애틋한 사랑이 남아 있는 연인산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는 도와준다는 이야기다.

하산길 선택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 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시원한 물을 그리워한다. 연인능선으로 하산한다. 용추구곡으로 이어진 길이다. 연인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한 작은 계곡물은 주변의 계곡물과 합치고, 오른쪽 칼봉산의 여러 계곡물을 더하여 용추구곡을 만든다. 사시사철 마를 날이 없는 용추계곡으로 가을에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연인산

빨갛게 익어가는 백둔리 사과밭 지나

싱그러운 계곡물 소리 물통에 담고

소망능선 진달래꽃 터널을 지나

짙은 단풍 나뭇잎 천막처럼 펄럭이는

소망을 찾아가자

이름도 정다워라 연인산

장수능선 올곧은 잣나무 솔잎 사이로

바람이 다가와 살짝 전해주었네

길수와 소정의 애틋한 사랑

젖은 가슴에 산 이름 새겨 영원이 되었구나

사랑이여 영원하여라

넉넉하고 후덕하라 연인산

세상사 각박함도 야박함도 흘려보낸 용추계곡

사시사철 마를 날이 없구나

속 깊은 산은 물을 오래 품고

언제나 건강하고 당당하게 흐른다

행복하여라 연인산

(졸시, 「사랑과 소망을 찾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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