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에게 양껏 먹이고 싶어 밥을 고봉으로 담는다. 아이는 밥이 많다고 투덜거리며 좀처럼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한 숟갈 덜 담으면 아이는 웃으면서 기분 좋게 더 먹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마음은 늘 바쁘다.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은 항상 밥이 부족하다. 식당에서 밥을 더 달라고 하기에 미안하다. 식당 주인이 이문 덜 챙기고 알아서 한 숟갈 더 담아주면 그들은 더 배부르게 먹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덜어내면 남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넘쳐서 불편했던 자신의 걱정을 훌훌 털어내면 속 시원한 웃음이 따라오고 쪼들려서 걱정했던 자신의 배고픔을 뚝딱 채우면 배부른 미소가 따라온다. 밥을 덜어내야 하는 사람과 밥을 더 먹어야 하는 사람이 만나면 서로의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그리고 모두 행복해서 웃는다.
감정이 소화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감정을 덧대면 감정에 체하게 된다. 먼저 덜어낸 뒤 더하고, 먼저 비운 뒤 채우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나뭇가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밝은 햇살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빛을 먹고 사는 잡초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래서 잔가지는 정리해주어야 한다. 물레방아는 비우고 기다리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탈 없는 순서다.
깔고 누운 이부자리를 창밖에 내다 말리듯 마음속의 감정도 밖으로 끄집어내어 한 번씩 털어내야 한다. 너덜너덜한 고민을 털어내면 속이 뻥 뚫린다. 덕지덕지 살만 찌우면 몸이 무거워져서 방안에 갇힌다. 눈앞에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기분이 더럽다. 그런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면 기분이 통쾌하다. 집안의 쓰레기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곧장 버리지만 마음속 쓰레기는 보이지 않아 버리지 못한다. 고인 생각이 썩으면 냄새나기는 마찬가지다.
내려놓아야 할 탐욕이 산처럼 쌓이면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하늘 높이 쌓아야 할 선행이 턱없이 모자라면 배가 허기져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가장 낮은 곳이라면 세상 골짜기의 물을 모두 모이게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섬김의 마음으로 올려다보면 가장 많은 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밑바닥까지 흘러내린 인생은 오를 일만 남는다.
행복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오고 고통은 ‘나’만 아끼는 마음에서 온다. 봉사하는 사람들이 봉사를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내 것을 더 나누려는 마음이 남의 것을 더 챙기려는 마음을 언제나 이긴다. 삶에 향기를 더하고 깊이를 더하고 사랑을 더하려는 마음에는 존경이 더해질 것이다.
행복은 더 베풀려는 마음에서 출발하고 탐욕은 더 챙기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어떤 마음이 앞섰는가에 따라 즐거움이 넘쳐나거나 불만이 쌓이거나 할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처럼, 더 많은 성과를 거두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을 행복의 비결인 것처럼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산더미처럼 쌓인 재산으로 평생 동안 먹어도 부족함이 없을 사람도 더 많은 재산을 찾아 나선다. 이는 채우려는 마음이다. 나만을 위한 채움은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 난 빈 항아리’는 아닐까, 아니면 마시고 마셔도 갈증만 더 늘어나는 ‘짜디 짠 바닷물’은 아닐까?
좋은 생각엔 ‘더’, 나쁜 생각엔 ‘덜’이라는 ‘더덜이’를 생각해본다. 더 행복하다 생각하면 더 행복하고, 덜 아프다 생각하면 덜 아프지 않는가! 나를 위한 더’가 더 흥행하면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고 남을 위한 ‘덜’이 더 많아지면 모두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다. 덜 나쁜 것을 통해 더 좋은 것을 배우자. Less is More! 탐욕을 덜어내는 것이 기쁨을 더하는 것이다.
세월이 더하기를 할수록 남은 삶은 자꾸 빼기를 한다. 욕심이 더하기를 할수록 모자란 행복은 빼기를 한다. 욕심은 부릴수록 더 부풀고 욕망은 집착할수록 더 커진다. 하지만 칭찬은 할수록 더 잘하게 되고, 미소는 나눌수록 더 환해지고, 사랑은 베풀수록 더 아름다워진다.
먹는 나이를 조금씩 덜어내면 누가 더 가져갈까? 더 천천히 늙고 싶으면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더 가져오면 누군가는 덜 가져가게 된다. 그래도 일은 덜 하고 돈은 더 받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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