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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 잡는 장승 만드는 김종흥 명인

by 이치저널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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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현 기자 kimoh600@naver.com

 

 

우리만의 해학이 담긴 장승 모습을 표현
전통문화의 계승은 ‘관심’에서부터
장승에 깃든 우리의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노력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장승.

예로부터 마을 어귀, 입구 등 굽은 길 따라가면 보이던 문지기였으며, 역신이나 잡귀를 막아주는 수호신을 담당하기도 했다.

대체로 장승은 돌이나 나무에 사람 얼굴을 새기며, 남녀로 쌍을 이루어 기둥 형태로 만든다. 더불어, 기둥에 각각 글씨를 새기는데, 남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여자는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으로 새긴다고 한다.

지금은 크고,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의 도로가 흙을 가로질러 있어 그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아직 그 명맥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바로 장승 명인이라 불리는 김종흥이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장승을 만들다

장승을 만들게 된 계기보다 이유를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이유가 계기이기도 했는데, 장승 자체가 ‘우리 것’이기 때문이지요. 장승은 우리의 토속문화에서 탄생한 것이고, 그리고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만의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만들게 된 것입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장승 만들기의 의미

장승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예로부터 마을을 수호하는 토지신으로서 역할을 했고, 우리나라 고유의 토속정신이 깃든 토속예술 장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은 안동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계적이면서 잘 복원해오고 있고, 경사스럽게도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가운데, 장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그 과정에 제가 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장승 만들기 퍼포먼스

저는 장승 만들기를 그저 가구를 만드는 방식과 같이 행하고 싶지 않았어요. 장승 만들기 역시 우리만의 문화예술 장르이고 이를 널리, 전 세계에 이목을 끌 수 있는 예술 장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공연예술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퍼포먼스를 사물놀이와 같이, 관객들이 빙 둘러앉아 볼 수 있는 공연 형식으로 만들어 선보여 왔습니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세계 각지의 저명한 인사들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감명 깊게 봐주고 했습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장승을 더욱 친근하게

본래 장승은 마을 수호신으로서의 의미가 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전통적인 형태의 장승입니다. 저는 장승을 만들 때 다양한 방식,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시도합니다.

물론 전통적인 장승도 만들지만, 우리만의 해학이 담긴 장승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청소년들이나 어린이들이 장승을 볼 때 무섭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친근하면서 접근성 있게, 그리고 해학적이면서 창작적인 장승을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안동을 찾아오시는 많은 분이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좋아하면서 사진도 찍고, 만져보기도 하면서 좋아해 주니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안동의 마스코트

한국의 전통문화가 점점 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안동에 많은 분이 다녀가셨는데, 특히 1999년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에 방문하셔서, 많은 이목이 쏠릴 때 제가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날 공연했을 때가 영국 여왕의 생일이었는데, 공연 후에 제가 만든 작품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안동 하회마을이 세계에 알려졌고, 나중에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아버지, 아들), 독일 슈뢰더 총리 등의 귀빈들이 많이 방문하셨고, 그때마다 공연하고 선물을 드리다 보니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아요.

 

명인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한국문화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것들이 진정한 매력을 지닌 문화, 그 자체입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보고 싶은 것은 멋들어진 최신식 건물들이나 놀이동산이 아닌, 우리만의 토속문화로 꾸며진 궁궐이나, 한옥, 그리고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연, 미술 등입니다.

그들이 평소 볼 수 없는 것들을 우리나라에 와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매력적인 한국문화라는 것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K-POP과 같은 우리나라 대중예술이 세계의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것들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베이스로 두고 있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장승도 이 범주에 속하지요.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장승 만들기 계승에 관하여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6.25와 같은 큰 시련을 견뎌내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것과 같이, 전통문화 역시 지키려는 마음이 모여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같이 편리성이 진보된 기기들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전통문화의 존속 위기를 느끼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각계각층에서 꾸준한 관심을 주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계승은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잊혀지기 쉬워요. 잊혀지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어갈 수 없잖아요. 장승 만들기를 예를 들어도 현재 어려움이 없진 않습니다. 교육은 체계적이지 않고, 배우는 사람은 소수이고, 제도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계승에 있어서 위기감이 들기도 합니다.

다행히 아들이 장승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그나마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그런 아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저는 이것을 좋아서 했지만, 아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안동대 민속학과를 나오고 대학원까지 나왔습니다. 나중에는 캐나다로 유학까지 했는데, 지금은 저와 함께 일을 도와주면서 더 심도 있게 배워가는 중이지요. 아들 덕에 장승 계승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저의 고민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코로나 19

전 세계가 어렵지요. 한국은 말할 것도 없이 어려움이 장시간 이어지고 있기에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도 취소되고, 장승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이 취소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산까지 삭감되니 마음의 부담이 커지는데, 하루빨리 이 상황이 종식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종식되고 나면

다시 이전과 같이 활발한 공연을 이어가면서 계승 작업을 확대해야지요. 우리 선인들이 일제강점기와 같은 큰 시련에서도 우리 문화를 지켜냈듯이 저도 우리 장승을 끝까지 지켜내야지요.

김구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명실상부한 문화 강국이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지 못하면, 지금의 K-POP도, K-컬쳐도 유지할 수 없게 되지요.

저는 장승을 더욱 널리 알리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지금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민간 혼자만의 힘으로 이를 지켜내기에는 너무 어렵기에 무엇보다 정부 지원 하의 계승 체계가 필요합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명인의 최종 꿈

저는 우리 것이 좋아서 이곳에 터를 잡았고, 이곳을 지키기 위해 장승 만들기를 이어왔습니다. 장승 만들기를 넘어, 장승에 깃든 우리의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어가길 희망하면서, 안동의 문화가 꽃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장승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명인에게 장승이란

우리 전통문화의 유산이자, 아이덴티티, 그리고 제가 안동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를 주는 상징입니다. 우리의 역사가 오천 년을 이어온 것처럼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문화, 우리가 누구인지에 답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장승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장승을 통해 문화유산이 많은 안동에 우리 전통문화가 장승과 함께 꽃피울 수 있는 그런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촬영 - 박미애 사진가

 

코로나 19가 도래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김종흥 명인은 장승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의 바람과 같이 코로나 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지금보다 더 널리 퍼져나가 알려지고, 더욱 활발한 지원과 체계적인 계승이 이루어져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불멸의 문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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