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조개껍질로 다져 쌓은 토목공사, 금관가야의 독창적 건축술

by 이치저널 2024. 10. 22.
728x90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금관가야 시대에 진행된 대규모 토목공사의 흔적을 발굴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패각 성토층은 가야의 대규모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며, 5세기경 금관가야가 대지 확장을 목적으로 진행한 공사의 결과물로 추정된다. 이 성토층은 깊이가 최대 4m에 달하고, 주변 봉황토성의 성벽까지 이어져 길이가 100m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개껍질을 다량 섞어 지반을 단단하게 다진 후 경사지게 쌓은 방식은 당시의 토목 기술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조개껍질을 활용한 독특한 건축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해 봉황동 유적

 

봉황동 유적은 금관가야의 왕궁 또는 왕성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이번 발굴에서는 저지대를 메우기 위한 성토 방식이 드러났다. 주로 넓은 대지 조성에 사용된 이 방법은 경주 황룡사터나 부여 금강사터 등 삼국시대의 절터에서도 단편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봉황동 유적에서는 조개껍질을 섞어 쌓은 성토층이 특징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존의 삼국시대 유적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현장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에 제한적으로 탐색된 트렌치 방식에서 나아가, 성토층의 평면 구조까지 밝혀졌다. 둔덕을 쌓은 후 이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성토를 쌓아 올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그 당시 금관가야가 대지 조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을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조사는 가야 왕성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패각성토층(10pit) 남·동벽 토층

 

봉황대 구릉을 둘러싸는 토성 역시 이번 발굴에서 추가로 확인된 중요한 유적이다. 봉황토성은 봉황대 구릉 북동편의 저지대를 성토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체 둘레가 약 1.5km에 달하는 대규모 토축 성벽이다. 5세기경 이 일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루어졌음을 이번 조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금관가야가 강력한 토목 기술을 활용해 왕성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패각성토층(9pit) 서벽 토층

 

 

10월 24일(목) 오후 2시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현장에서 그동안의 조사 성과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개 설명회에서는 가야의 토목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물이 함께 공개된다. 특히 대형 주거지가 4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내부에는 아궁이 시설과 주거지 벽체의 세부 구조가 새롭게 밝혀졌다. 이와 함께 당시 왕성 내 생활과 의례, 생산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공개된다. 사슴, 고래, 상어 등 다양한 동물뼈, 복골, 모형토기, 토우 등 의례 관련 유물은 가야인의 의식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외에도 골각기로 제작된 화살촉, 바늘, 칼 손잡이 등 생활 도구와 야철 작업과 관련된 철광석, 송풍관 등의 유물도 함께 소개된다.

 

3호 건물지 전경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봉황동 유적에 대한 발굴을 지속하며, 자연과학적 분석을 통해 가야 왕성의 실체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기회도 꾸준히 마련될 예정으로, 가야의 토목기술과 생활문화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