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바람이 불고 단풍이 절정에 오르는 계절,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위험이 숨어 있다. 바로 치명적인 감염병을 옮기는 ‘털진드기’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3주차 기준 털진드기 발생지수가 0.24로, 전주 대비 무려 12배 급증했다. 전국 19개 감시지점에서 포획된 털진드기의 활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평균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활동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크기 0.3mm에 불과한 털진드기 유충이지만, 이들이 옮기는 세균은 치명적이다.
쯔쯔가무시증은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근육통, 발진, 림프절 붓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물린 부위에 생기는 검은 딱지(가피)는 이 질환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감기나 몸살로 오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쯔쯔가무시증 환자의 73%가 가을철, 특히 10~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수확철 농민은 물론 등산이나 캠핑을 즐기는 일반인들까지 모두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올해 감시 결과를 보면, 남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던 활순털진드기가 중부 지역까지 북상했고, 중·북부 지역에서는 대잎털진드기가 다수를 차지했다. 평균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털진드기 활동이 활발해지고,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점차 줄어드는 특성을 보인다. 즉, 지금이 바로 털진드기 활동의 절정기다.
털진드기 유충은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풀밭에 잠시 앉거나 누워도 옷 속으로 파고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활동 시에는 긴 소매와 바지를 착용하고, 바짓단과 소매 끝을 단단히 여미는 것이 좋다. 귀가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통해 몸을 꼼꼼히 확인하고, 입었던 옷은 즉시 세탁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조기 진단이 늦어지면 폐렴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 계절이지만, 방심은 언제나 틈을 만든다. 단풍 아래 돗자리를 펼 때, 논둑길을 걸을 때, 그 순간에도 작은 진드기 하나가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듯, 자연 속 생명들도 본능적으로 인간을 향한다. 그래서 이 계절의 산책은 조심스럽지만 두려움 없이 이어져야 한다. 자연을 이해하고 경계하는 것이 곧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귀가 후 샤워, 진드기 기피제 사용, 풀밭 오래 머무르지 않기, 증상 시 즉시 병원 방문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만 지켜도 대부분의 감염은 막을 수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가을 단풍철과 추수기가 겹치는 시기에는 털진드기와의 접촉 가능성이 높다”며 “예방수칙을 생활화하면 쯔쯔가무시증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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