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로 향하는 바다, 잔잔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숨결이 흐른다. 육지에서 느낄 수 없는 ‘너울’의 위력은 순간적으로 해안을 삼키고, 아무런 바람도 없이 선박을 뒤흔든다. 기상청이 이 위험한 바다의 숨결을 더 촘촘히 읽어내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10월 31일부터 기존 45개 해안 지점에서만 제공하던 너울 위험 예측정보를 우리나라 전 해역 2,877개 소해구 단위로 확대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동해 망상해변이나 속초 영랑동뿐 아니라 남해, 제주, 서해의 먼바다까지 빈틈없이 예측이 가능해진다. 바다를 항해하는 어선, 여객선, 낚시어선 모두 더 세밀한 해양 안전망 속에 들어온 셈이다.
‘너울’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발생한 풍파의 에너지가 바람이 없는 해안에 갑자기 전해지는 현상으로, 순간적인 고파(高波)를 일으켜 인명사고나 선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에 잔잔한 바다도 순식간에 폭발적인 힘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상청은 그동안 동해·남해·제주의 주요 해수욕장과 방파제 등 45개 지점에서 3일 후까지의 너울 예측을 ‘관심-주의-경계-위험’ 4단계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해상 활동이 확대되고 레저 선박, 낚시 인구가 늘면서 더 세밀한 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약 17km×17km 크기의 ‘소해구’ 단위로 나누고, 각 구역의 위험도를 색상으로 표시하는 ‘해구도 기반 분포도’를 도입했다.

이제 사용자는 기상청 해양기상정보포털(marine.kma.go.kr)에 접속해 ‘안전·안보 > 너울 > 분포도’ 메뉴를 통해 전국 바다의 위험 수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선박 운항자는 출항 전 구체적인 구역별 파고와 주기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항로를 조정할 수 있고, 해안가 관광객 역시 위험 지역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겨울철은 너울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해안과 해상에서의 활동 전에 예측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해양 안전 서비스를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데이터 확장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위험을 눈으로 보이게 한 기술적 진전이며, 예보의 범위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예측 안전망’으로 진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우리 바다는 조금 더 예측 가능해졌고, 항해는 그만큼 더 안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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