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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 봐줬던 재산범죄? 이젠 고소 가능! 친족상도례 폐지

by 이치저널 202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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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가족이라 믿었던 이가 내 지갑을 털었다면? 혹은 내 명의로 몰래 대출까지 받았다면? 억장이 무너지는 이 현실 앞에서 과연 법은 누구의 편이었을까. 그동안 '가족 간의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조차 어려웠던 재산범죄의 벽이 드디어 허물어진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낡은 법, 친족상도례가 드디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더는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친족상도례' 규정이 드디어 개정의 칼날을 맞았다. 지난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산범죄를 눈감아주던 불합리한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부터는 직계혈족, 배우자는 물론 동거 친족 등 모든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고소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동안 피해자에게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과거의 법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녀의 돈을 훔치거나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가로채도, 또는 부부 사이에 재산범죄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처벌하기 매우 어려웠다. 현행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형을 면제해줬다. 즉, 피해자가 아무리 억울해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개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가족 간의 일은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는다는 '가족 윤리'를 바탕으로 했지만, 현실에서는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27일,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헌재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치라고 명령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신속하게 형법 개정을 추진했고, 이번 본회의 통과로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새롭게 바뀐 형법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는 이제 '친고죄'로 통일된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를 시작하고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기존에는 '가까운 친족(근친)' 사이의 재산범죄는 아예 처벌이 불가능했고, '그 외 친족(원친)' 사이의 재산범죄만 친고죄가 적용됐다. 이제는 친족 관계의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않고 모두 친고죄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둘째, 장물범(훔친 물건인 줄 알면서 사는 사람)과 본범(실제 절도나 사기를 저지른 사람) 사이가 가까운 친족일 경우, 기존에는 무조건 형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줬지만, 앞으로는 상황을 봐서 형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줄 수 있도록 '임의적 감면'으로 바뀐다. 즉, 무조건 봐주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셋째, 가장 파격적인 변화로 평가받는 부분인데, 이제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도 고소가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부모나 조부모를 고소할 수 없다는 '고소 제한' 규정이 있었지만, 재산범죄에 한해서는 이 제한이 사라진다. 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재산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는 특별한 '부칙'도 포함되어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2024년 6월 27일부터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발생한 재산범죄, 즉 '경과 사건'에 대해서도 개정된 친족상도례 규정을 소급 적용한다. 만약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면 고소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가 가능했지만, 소급 적용을 통해 해당 사건들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도록 하여 혼란을 최소화했다. 또한, 헌재 결정 이후 법 개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점을 감안해, 형사소송법상 6개월로 정해진 고소 기간에 대한 특례를 마련하여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까지는 고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번 친족상도례 제도 개선으로 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가족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 장려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이상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이유로 법의 정의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춰 변화한 이번 형법 개정은 사법 정의 실현에 중요한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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