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앞 복도와 주차장을 24시간 감시하며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CCTV가 사실은 아파트 관리소장을 범법자로 만들고 당신의 지갑을 털어가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국토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현장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독소 조항 논란에 휩싸였다. 겉으로는 주민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핵심은 누가 돈을 내느냐와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있다. 원래 아파트 CCTV처럼 한 번 설치하면 오래 쓰는 주요 시설물은 집주인들이 평소에 조금씩 모아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설치하고 교체하는 것이 법적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CCTV를 직접 설치하고 운영할 때만 이 돈을 쓸 수 있게 제한해버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전문 장비도 없이 수십 대의 CCTV를 직접 전선을 깔고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아파트는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CCTV 비용은 집주인이 내는 돈이 아닌, 세입자까지 모두가 매달 내는 일반 관리비 항목으로 청구된다.

이게 왜 문제일까. 첫째로 세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집의 가치를 높이는 시설물 비용은 원래 집주인이 내야 하는데, 렌탈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비에 섞여 나오면 그 집에 잠시 빌려 사는 세입자가 남의 집 시설 비용을 대신 내주게 된다. 사실상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자산 가치를 높여주는 비용을 떠넘기는 셈이다. 이미 인터넷 게시판에는 "왜 내가 남의 집 CCTV 설치비를 내야 하느냐"는 분노 섞인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둘째는 관리소장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법적 모순이다. 관리비로 렌탈비를 내면 장기수선충당금을 목적 외에 썼다는 이유로 상위법 위반이 되고, 그렇다고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해 돈을 쓰자니 이번에 바뀐 시행규칙 위반이 된다. 어느 길을 택해도 과태료를 물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현장에서는 벌써 "공무원이 만든 규칙 지키려다 전과자 되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 구조는 자본력이 튼튼한 대기업에만 유리한 판을 깔아준다. 렌탈 사업을 할 여력이 없는 동네 중소 정보통신업체들은 일감을 잃고 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주민들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책상 앞에서만 만들어진 정책이 아파트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철저한 검증과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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