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에 의해 학대 발생
요즘 뉴스에서는 노인 학대보다 아동 학대에 관한 소식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노인 학대에 관한 뉴스가 없다고 해서 그 사실까지 없는 것이 되진 않는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노인 학대 사례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범죄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노인 학대는 여러 측면에서 아동 학대나 배우자 학대 등 다른 학대 유형과 닮아있다.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게 폭력을 가하며, 2개 이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해자 스스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 피해자의 경제적 독립성이 높다는 점, 신체적 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차이는 다른 학대에 비해 노인 학대를 쉽게 판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노인 학대는 크게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性)적 학대 ▲경제적 학대(착취) 등으로 구분된다. 이 밖에 부양의무자에 의한 ‘방임’과 노인 스스로 자기 보호를 포기하는 ‘자기 방임’,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의도적·강제적으로 분리하는 ‘유기’도 노인 학대에 포함된다.
2020년의 경우, 정서적 학대(42.7%)와 신체적 학대(40.0%)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면서 스스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기 방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에도 노인학대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 학대 대부분 자녀인 아들 34.2%, 딸 8.8%, 배우자 31.7% 등 가족에 의해 학대가 발생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외부로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피해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학대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당사자인 노인이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아직 다른 학대 유형보다 사회적 관심이 적고 학대를 가정의 문제로만 여기는 분위기 또한 노인학대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어 ‘본인 스스로 학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지만, 가해자의 피해를 우려해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학대행위를 하는 사람이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가 많아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쉬쉬’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노인 학대 신고 및 학대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노인 학대 건수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에는 1,800건으로 해당 기간 25.9% 급증했다. 2021년에는 지난 4월 말까지 모두 790건이 신고됐다. 하루 평균 6.59건이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증가의 원인을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감염병 창궐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우울장애와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 갈등으로 인해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대를 당하는 노인의 약 75%는 여성이다. 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은 아들과 남편 등 남성 가족이다. 물론 같이 살면 학대가 일어난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노인 학대는 1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사건이다. 다만, 떨어져 살면서 학대를 지속하기는 어려우므로 같이 산다는 조건에 몇 가지 특성이 결합할 때 노인 학대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노인 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 대표적으로 ‘상황적 스트레스’가 있다.
피해 노인과 학대 자가 처한 상황의 특성과 누적되는 스트레스가 학대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과거 나쁜 사건이 쌓였거나 ▲가족 간에 과거 관계가 나쁘거나 ▲가족 내 폭력이 이어졌거나 ▲부양자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 하는 상황에서 노인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이외에도 노인 혐오 문화 등 노인 학대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학대 피해 노인 중에는 ‘자신이 잘못해서, 자신이 늙어서, 자식에게 부담을 줘서’ 등의 이유로 오히려 미안해하며 자신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교제 폭력에 많이 등장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 노인 학대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개인의 내적인 문제는 성격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노, 고집스러운 성격, 자신감 결여, 지나친 경계, 사회적 반응의 결핍, 적대적 행위, 충동적 성격, 폭력적 성격, 사회적 고립, 정서적 욕구불만 등이 포함된다. 또한, 외적 문제는 학대 행위자의 이혼, 재혼, 부부갈등, 부양 부담 스트레스, 실직 등이 해당한다.
이밖에 경제적 의존성으로 인한 원인이 869건(11.1%)이었으며, 정신적 의존성이 816건(10.4%), 알코올 및 약물 사용 장애가 806건(10.3%) 피해자 부양 부담이 671건(8.5%) 등으로 나타났다. 매년 건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작년의 경우 코로나 19로 인한 스트레스, 가족 갈등으로 인해 증가 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들이 대부분 신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한 상태임에도 학대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주변 가족과 이웃, 기관 등의 관심이 절실하다. 노인 스스로 학대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노인 학대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과 신고가 필요하다.
노인 학대는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폭언도 해당한다. 경제적 착취, 유기와 방임도 마찬가지다. 거주지 출입을 통제하거나 신체를 강제로 억압하는 행위, 성폭력 또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이나 행동, 노인의 소득과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의식주 관론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
노인 학대 사례 대부분이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공통점 있다. 10건 가운데 9건이 가정 내 학대다. 그 외 생활 시설과 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학대 행위자는 지난해 기준, 친족에 의한 학대가 98.3%나 된다. 더구나 10건 중 1건은 재학대 사례로 집계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다.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이라는 특성상 처벌을 원치 않는 노인들이 신고하지 않거나 학대를 참는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상습적인 학대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의 경우 역시, 아들 내외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특히 노노-학대의 경우 일반적인 학대행위 유형과는 다른 분포를 보인다. 전체 학대행위자 유형에서는 아들, 배우자, 피해자 본인 순으로 비중이 나뉘지만, 노노-학대의 경우 배우자(45.7%), 피해자 본인(25.8%), 아들(10.7%) 순이다.
노노-학대 [老老虐待]
노인인 자녀나 배우자가 노인인 부모나 배우자를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 또는 그런 대우. 노인에게 감정적, 신체적, 성적 손상을 입히거나 금전적으로 착취하는 일, 노인을 돌보는 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 따위를 이른다. (다음사전)
다만 노노-학대의 46.2%가 배우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이 장기적으로 지속하여 온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고령의 학대 행위자가 증가하는 것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배우자와의 삶의 기간 연장과 자녀의 노년기 진입, 노인이 혼자 거주하는 가구 형태의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유추한다.
경찰관이나 타인처럼 노인 학대 ‘비 신고 의무자’가 신고하는 비율이 85%를 차지한다. 노인학대도 아동 학대처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노인 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노인 학대 신고 앱 홍보 이벤트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을 향한 작은 관심이 아닐까? 이웃 노인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노인 학대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노인 학대 조기 발견 및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 인구 증가 및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노인 학대 예방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제도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다. 노인보호 전문기관이나 사법경찰이 학대 피해 노인을 응급조치하도록 규정해 노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무엇보다도 노인 학대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뒷받침하는 법률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가 필요하다. 나아가 노인 인권을 강화하거나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하도록 정치권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인과 관련한 법안도 입법간담회를 열어 현장 종사자와 정치권, 교수 등 전문가가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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