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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마당/이영하의 소통이야기

압록강변에 서서

by 이치저널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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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하 

 

 

 

 

압록강은 흐른다

천지의 기운과 우주의 조화속에

만주대륙과 요동벌판을 휘돌며 개마고원을 지나

시조탄생의 신화를 담고,

쓰라린 이별의 아픔을 머금은 채,

민족의 수난을 어루만지며,

정신적 지주가 되어 흐른다.

이천리 길(4백 키로)여정, 백두산 발원지를 떠나

서해바다로 향하려니

아직도 그 정을 다 풀어놓지 못한 듯,

선조들의 말발굽소리 요란했던 역사유적지를 돌고돌아

사천리길(803키로)을 만들면서 흐른다.

 

민족의 정기를 담고 흐른다.

70년의 한을 달래며 흐른다.

영산강,금강,한강,대동강,청천강에 이어

조국의 압록강이 대륙횡단의 야무진 꿈을 잉태하며

도도히 서해바다로 흐르고 있다.

 

분단 70주년 6 25

우리 민족 비극의 날, 바로 그날

나는 민족의 애수를 대표하는 압록강 단교와 위화도를

돌아보고 있다.

나는 여전히 갈 수 없는 북녘땅을 마주하며

압록강변 망원경속으로 통곡의 땅을 바라보고 있다.

도화원에서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에 몸을 맡겼다.

시야에는 빨래하는 북한 여인들, 미역을 감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풀을 뜯고 있는 여윈 소도 들어왔다.

강에는 뱃사공의 시름이 어려있고 북한 화전민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 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만주로 북간도로 쫓겨가는 독립투사들의 눈물이 아직도 강이 되어 흐르고 있다.

자유를 찾아, 인권을 찾아 절박한 위험을 무릅쓰고 이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뿌리는 눈물과 슬픔이 한이 되어 흐르고 있다.

단동은 불야성인데 신의주는 칠흙 같은 적막강산인 채

국경의 서치라이트만 조용히 어둠을 훑어가고 있다.

 

당나라,몽고, 금나라, 청나라 군대와 모택동 군대의 주력이

단동에서 이 강을 건너 우리 강토를 짓밟았던 곳

철썩거리는 압록강 물결이 넘실대는데

강둑에는 젊은 연인들의 애정행각이 유난히 정겹기만하다.

오늘도 압록강은 흐르고 있다.

서해바다를 그리면서 유유히 흐른다

이제는 단절의 역사를 과감하게 접고

교류의 역사를 다시쓰라는 명령을 시위하는 것처럼 출렁출렁 흐르고 있다.

우리인생이 흐르듯이 압록강은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채

옛날처럼 그렇게 아무 말없이 흐르고 있다.

강변에 서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띄우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보듬고

압록강은 시방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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